13일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고개를 숙이며 국정운영에 협조해 줄 것을 부탁하는가 하면, 때론 한숨으로 답답한 현실을 개탄하며 국가적 위기 탈출을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은 바지 정장에 붉은색 재킷을 입고 대국민 담화에 나섰다. 붉은색 재킷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 때와 같은 색깔로, 박 대통령이 중요 사안에 대한 결의를 표명할 때 자주 입는 옷이다.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시작된 담화 및 기자회견은 모두 1시간8여분에 걸쳐 진행됐다. 담화문 발표는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동안 진행됐고 곧바로 이어진 기자회견은 12시9분까지 이어졌다. “2016년 새해를 맞이해 가정에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시작된 담화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국회 이야기가 나오면서 조금씩 긴장감이 높아졌다. 노동개혁 5법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한 뒤 한국노총의 노사정합의 파기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에 띄게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국가와 가족을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파독 광부·간호사, 중동 근로자 등을 언급하면서는 감정이 흔들린 듯 잠시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우리 선배들이 희생을 각오하면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보여주었던 애국심을 이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고 서로 양보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뒤에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며 고개숙여 인사를 해 좌중을 숙연케했다. 반면 국회를 향해 법안통과를 촉구할 때는 다시 강한 어조를 구사했다. ”일하고 싶어 하는 국민들을 위해,그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절박하게 호소하는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 4법을 1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 주셔야 한다. 이번에도 통과 시켜주지 않고 계속 방치한다면 국회는 국민을 대신하는 민의의 전당이 아닌 개인의 정치를 추구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때는 손바닥을 펴보이며 제스쳐를 취했다. 담화문 발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는 농담을 던지는 등 비교적 부드러운 분위기를 이끌었다. 박 대통령은 기자들이 한 번에 여러개의 질문을 하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반면 핵심법안 처리 등 국회와 관련한 질문에는 깊은 한숨을 내쉬는 등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박 대통령은 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재차 촉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지금 직권상정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쉬었고, 지역 규제완화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말하다 “어휴…”라며 답변을 잠시 멈추는 등 꽉막힌 국회상황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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