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짤막한 간이 경사로 하나만 있어도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을 텐데 참 아쉽네요”18일 이경자 밝은내일IL종합지원센터(밝은내일) 국장은 대구 중구 동성로의 한 식당 앞에서 “한 뼘 남짓한 문턱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에게는 큰 장벽이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대구 시내 상점의 휠체어 접근성이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의 날(매년 4월 20일)을 이틀 앞둔 18일 오전 휠체어 이용자를 포함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센터 밝은내일 관계자 30여명은 총 5개 조로 나눠 대구 중구 일대를 돌아다녔다. 이들은 약 2시간 동안 문턱으로 인해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카페, 식당, 미용실 등 업소 59곳을 방문해 경사로 설치에 대해 물었다. 장애인등편의법에 따르면 300㎡ 이상의 상점은 경사로, 승강기, 장애인 화장실 등 장애인 편의 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규모가 작은 상점은 경사로 등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없다는 뜻이다.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을 개정해 2019년부터 신축, 증축, 개축되는 50㎡ 이상 공중이용시설에도 법을 적용하도록 권고했지만 말 그대로 권고에 그치고 있다.이날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 경사로를 설치해줄 수 있느냐"는 장애인단체 회원의 물음에 돌아오는 상점 직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미처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지 못했다’며 바로 책임자에게 전화를 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가게 안에 놓아둔 간이 경사로를 급하게 가져오는 이들도 있었다.한 미용실 업주는 “지금 손님들이 있는 것 안 보이냐”, “영업방해로 신고하겠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 특히 2.28기념중앙공원 인근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는 2018년 리모델링과 함께 기존의 경사로를 없앤 것으로 확인됐다. 이 카페의 직원은 “가끔 유아차를 가져온 손님들을 도울 때는 있다”면서도 “경사로가 없어진 후 휠체어를 이용하는 손님이 오는 것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이날 밝은내일은 총 59개 가게 중 20곳에서 ‘경사로 설치를 고려해 보겠다’, ‘경사로를 만들 계획이었다’ 등 긍정적인 답변을 얻었다.또 17곳은 응대 자체를 거부하거나 경사로 설치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나머지 업소들은 ‘잘 모르겠다’, ‘담당자가 없다’ 등의 답을 했다. 밝은내일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를 찾아 경사로 설치를 거부한 17개 업소에 대한 진정을 접수했다. 인권위는 이 업소들을 조사해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권고조치를 내린다. 조사에 함께 참여한 최창현 밝은내일 대표는 “외출해 옷을 사거나 차를 마시는 평범한 일상은 장애인들에게도 꼭 필요하다”며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지 않는 업주가 여전히 많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대구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 비장애인 보행자 등으로부터 민원이 들어오는 등 문제가 있다”면서 “인식 개선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경사로 설치를 의무화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