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의료봉사를 이어가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9일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국난 극복 과정이 국민 대통합을 이루는 계기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하고 소망한다”고 밝혔다.대구에 머물고 있는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를 화상으로 주재하며 땀에 젖은 수술복 차림에 피곤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는 “30분 후인 9시 반부터 진료가 시작되기 때문에 미리 수술복을 입고 나왔다는 점을 양해 부탁드린다”며 이 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의원회관에 설치된 TV모니터를 통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국민 여러분이 생계 불안으로 걱정이 많겠지만 저는 대구 의료봉사를 하며 국난을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언급했다.그는 “전국 각지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오신 분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고, 매일 같이 따뜻한 구호물품이 쇄도한다”며 “대구 시민들께서도 한마음 한 뜻으로 위기 극복을 격려한다. 외신에서도 극찬할 정도로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준다”고 전했다.그러면서 진료 중 만난 한 환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한 아주머니 환자분께서 가슴이 답답하다고 해서 통증이 없는지 물었더니 ‘그게 아니라 어제 남편이 죽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같은 병에 걸린 뒤 서로 다른 병원에 입원했는데 어제 죽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 때 이후로 계속 가슴이 답답해 어떻게 할 수 없다”던 환자의 발언을 전했다. 이 사연과 함께 안 대표는 “저는 한동안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분께 위로가 되겠나”라며 “사체 화장하면 남편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병에 낫지 않아 장례식에 참석할 수 없는 기막힌 상황을 누구에게 하소연하겠나”라고 탄식했다.그는 “저는 지난 2일부터 매일 환자 한분 한분의 하소연을 듣고 고통과 죽음이 눈앞에 어른거리는 현장에 함께하며 국가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때 사스, 이명박 정부 때 신종플루가 나타났고 박근혜 전 대통령 때에는 메르스가 사회를 강타했다”며 “지금 코로나19가 지나가도 몇년 뒤 또 다른 새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이 우리를 괴롭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상황은 매번 다를 것이다. 대처와 방법 만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며 “결국 21세기에 주기적으로 찾아올 판데믹은 국가 간 실력 차이를 극명하게 드러낼 것이다. 한 국가가 가진 역량 문제 해결 능력이 모든 분야에서 시험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면서 ‘수영장에 물이 차 있을 땐 모르지만 물이 빠지면 누가 벌거벗고 수영하는지 드러난다’는 투자자 워렌 버핏의 말을 인용하며 “이번 코로나에 대한 각국 대응 과정에서 확인했듯 국가 실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그에 따라 치뤄야 할 사회적 혼란 비용과 희생자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국가의 실력은 정권 실력에서 나타난다. 실력이 없는 정권은 실력 없는 국가를 만든다”며 “국민을 이념 진영으로 분리시키는 구태 정치의 수명은 다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를 새 위기와 재앙에서 더이상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킬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는 “이번 대구에서 삶과 죽음을 지켜보며 그동안 우리는 무엇이 가장 소중한 것인지 잊고 산 것은 아닌지 다시 돌아보게 된다”며 “우리가 정말 지금 이 시점에서 나라가 둘로 나뉘어 싸워야만 하는지, 권력 가진자와 빼앗으려는 자 모두 국가 책임과 역할을 한 번이라도 고민해봤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오늘도 현장에서 땀 흘리는 수많은 의료진과 봉사자 여러분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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