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을 위해 연이어 금융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 체감하는 효과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7일 코로나19 피해기업을 위한 총 2조원 규모의 지원 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28일에는 그 규모를 11조원으로 확대하는 등 전례없는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책자금 신청자가 급증하면서 실제 대출을 받기까지 최대 두 달이 소요되는 등 적잖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자금지원이 거절되거나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하고, 특히 소상공인들의 자금수요 급증으로 보증심사가 지연되면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또 각 기관이 각기 다른 여신 심사기준으로 지원을 하고 있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어떠한 지원을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조차 충분히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소상공인 보증부대출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이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정책자금확인서’를 받고, 지역신용보증재단에서 심사를 거쳐 보증서를 받아야 하는데 신청자가 대거 몰리면서 이 모든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기존에는 대출을 받기까지 보통 1~2주 소요됐지만, 최근엔 최대 두 달까지 거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정책 발표 이후 지난 3일까지 18영업일간 약 8만9000건의 코로나19 관련 상담 및 지원 문의가 이뤄졌다. 이 가운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이 3만7476건, 지역신용보증재단(지신보)이 2만2814건으로 가장 많았고 금융감독원 4872건, 신용보증기금 3450건 등이었다. 특히 신용보증재단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국 16개 신용보증재단에 접수된 코로나19 특례보증대출 신청은 2만8792건(9503억원) 규모지만, 실제 집행된 건수는 4158건(1310억원)건으로 14.4%에 불과했다.  신용보증재단중앙회 관계자는 “워낙 신청자들이 많다보니 처리에 시간이 좀 걸리고는 있지만 현재 가능한 수단을 총 동원해 최선을 다해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신용보증재단중앙회는 지난달 중순부터 10건 중 8건의 실사를 생략한 데 이어 대출심사역 단기계약직 200명 인력도 투입했다. 활성화되지 않았던 신용보증 위탁대상도 확대한 상태다.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하는 대출의 경우 신용보증재단 업무를 은행에 맡겨 절차를 간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황이 조금 낫기는 하지만 신용보증기금도 정신없이 돌아가기는 마찬가지다. 신보는 피해기업에 대한 보증비율을 기존 85%에서 90%로 높이고 보증료율은 최대 0.2%포인트 차감하고 있다. 또 기존 대출과 보증은 만기를 1년 연장하고 원금의 상환도 1년 유예하고 있다. 신보 관계자는 “일단 상담과 문의전화가 폭증해 현장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며 “자금지원 요청이 들어오면 가급적 10일 이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으나, 기존 보다 하루 이틀 정도는 더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신보는 보다 신속한 일 처리를 위해 온라인과 콜센터 등을 통해 기존 대출을 연장 처리할 수 있는 비대면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에서 긴급하게 대출을 받기가 어려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은 주로 정책자금 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투입된 인력이 한정돼 있으니 신청자가 늘어날수록 그만큼 처리 기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이어 “최근 정부가 신용보증기금 등 정책금융기관의 퇴직 인력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고 현재 신보 등 정책금융기관들이 적합한 인원을 추려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가 인력을 몇 명 규모로 수용하고 지원할 지가 관건”이라고 덧붙였다.기업들도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원 요건 장애 요소가 많은 점을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또 까다로운 피해 입증 기준과 업종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책 추진으로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토로하고 있다.이에 대한상의는 코로나19 대응과 경제회복을 위한 제안을 담은 종합건의서를 별도로 마련해 정부에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대한상의 코로나19 대책반장인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로 매출감소·자금난 등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늘어나고 있어 정부 지원이 적시에 과감히 시행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지적했다.금융당국도 신속한 자금 지원을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은행·기업은행·신보 등의 임금피크 직원 등을 영업점의 고객상담 및 기업심사 업무에 전면 배치하고, 지역신보재단에 정책금융기관의 퇴직인력을 모집해 지원할 방침이다. 비대면 방식으로 만기를 연장하도록 제도 개선에도 나섰다.아울러 코로나19와 관련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여신취급은 금감원 검사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또 대구·경북 등 특별관리지역에 대해서는 한시적·원칙적으로 금감원 검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금융지원 실행과 관련한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유관부처와 협력 등을 통해 신속히 개선하는데 노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신관호 고려대 교수(대한상의 자문위원)는 “기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져 한시가 급한데 지원절차가 복잡하고 심사기준이 예전과 같다면 체감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역·업종별 대책 외 자금지원, 세제감면, 각종 조사・부담금 납부 이연 등 모든 기업에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부담경감조치는 한 번에 묶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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