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코로나19도 지나가지 않겠습니까. 자영업자도 시민도, 다 조금만 힘냈으면 좋겠습니다”대구시 중구 남산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추연욱(64)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묻는 말에 웃는 얼굴로 이같이 답했다. 추씨는 대구도시철도 반월당역 인근에서 5년 넘게 식당 영업을 하고 있다. 커피 등 음료와 김밥을 파는 소박한 가게다.아침 식사를 거르고 출근하는 인근 직장인을 위해 매일 새벽같이 문을 열던 식당의 풍경은 코로나19 이후 많이 달라졌다. 함께 하던 직원 두 명 중 한 명은 일을 쉬게 됐고, 저녁 장사는 아예 하지 않는다.추씨는 “매출이 평소의 80% 밑으로 떨어졌다. 인건비를 내기도 빠듯한 상황이다”라며 “가게 자금은 거의 바닥났고 저축한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어 “그나마 단체 예약주문이 많은 김밥집이다 보니 사용 못 하고 버리는 식자재는 적은 편”이라며 애써 웃었다. 가게에 손님이 줄어든 건 지난달 28일부터다. 대구 지역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기 시작한 후다.  추씨는 어려운 상황을 감당하지 못해 일주일간 영업을 쉬기도 했다.그는 “업주로서도 장사하는 게 겁이 날 때가 많다. 만약 확진자가 다녀가면 가게 문을 닫아야 하지 않냐”라고 했다.  추씨의 가게는 식당인 동시에 인근 주민들이 편하게 오가는 사랑방이다. 식사하는 손님에게도 선뜻 커피를 내놓는 인심 좋은 그는 경제적 어려움 못지않게 사람 간 만남이 줄어든 현실이 버겁다. 코로나19를 피해 쉬던 장사를 다시 시작한 이유도 ‘근처에 문 연 식당이 없다’는 단골의 하소연 때문이었다. 그는 김밥 단 몇 줄을 팔더라도 평소처럼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다시 마음먹었다.  추씨는 “식당 밖에 지나가는 손님이나 이웃들과 손 흔들고 눈인사하는 일상이 너무 귀해졌다”고 말했다. 식당을 둘러보던 중 외벽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두 달 월세 받지 않겠어요. 힘내세요.” 착한 건물주님 감사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추씨는 다음 달까지 가게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건물주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해 현수막을 제작했다.  그는 “건물주는 오히려 부끄러워하며 현수막을 걸지 말라고 했었다”면서 “하지만 현수막을 통해 주민들에게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나눔은 또 다른 선행을 불러왔다.  추씨는 최근 코로나19 관련 업무로 바쁜 대구 달성보건소에 김밥 50줄을 보냈다. 공무원과 의료진이 빵이나 간식으로 부실하게 식사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전직 소방공무원인 추씨는 관할 소방서에도 음식을 보낼 생각이다. 추씨는 “시민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자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다가오는 봄 그토록 바라던 평범한 일상을 만날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모두 자가격리 아닌 자가격리를 하며 평소 즐기던 음식도 못 들고 계실 겁니다. 다시 출근하고 거리로 나오시면, 식당마다 가득가득 줄 좀 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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