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실물경제 충격이 본격화되자 금리인하 신중론을 고수하던 한은이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사상 첫 ‘제로(0%대) 금리’ 시대를 맞게 됐다.한은은 16일 오후 4시30분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이같이 인하했다고 밝혔다. 한은이 임시 금통위를 열어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약 12년 만에 처음이다. 당시 한은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대폭인 0.75%포인트 인하했다. ‘9.11테러’가 난 2001년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린 바 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코로나19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심화됐다”며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주가와 환율 등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크게 증대되고 국제유가가 큰 폭 하락했다”며 금리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7~1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앞두고 지난 15일(현지시간) 임시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0~0.25%로 전격 인하한 점도 한은의 금리인하에 결정적 영향을 줬다. 미 연준은 지난 3일과 15일에 거쳐 1.5%포인트의 금리인하를 단행했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정례 금통위 회의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달 정점에 이르고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 그러나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현실화로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면서 보름여 만에 ‘긴급 금리인하’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에 떠밀려 예상보다 빠르게 0%대 금리 시대에 진입하게 된 셈이다.  다만 이번 빅컷으로 한은이 쓸 수 있는 정책적 여력을 거의 다 소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시장에서 추정하는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은 0.75% 정도다.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선진국 금리보다 높아야 한다는게 일반론이다. 앞으로 금융시장이 더 출렁이거나 실물 경제가 되살아나지 않을 경우 한은이 금리인하 카드를 꺼내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은은 금리인하와 함께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를 연 0.50~0.75%에서 0.25%로 인하키로 했다. 또 한은 환매조건부매매(RP) 대상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한다.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금리 인하로 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유인을 제고하고, 차입기업의 이자부담 경감, 자금사정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며 “아울러 RP매매 대상기관들의 담보여력을 확충해 유동성 공급의 원활화를 도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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