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꺼러운 자리이긴 하겠지만 한·일의원연맹 합동총회가 2년만에 개최됐다. 지난달 29일과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이 총회에 회장인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 우리나라 여야 의원 40여명이 참석했고, 일본측 의원들까지 합하면 100여명의 양국 의원들이 얼굴을 맞댔다고 전해졌다.
지난 1975년 친목·교류 증진 등을 위해 창립된 한·일의원연맹은 친선단체이기는 하지만, 정부간 외교를 의회 차원에서 측면지원 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는 평가도 들어왔다.
하지만 이 연맹의 이번 총회에서 한 일본 의원이 꺼냈다는 정말 한심한 망발은 이 연맹의 전통과 역할에 의문을 갖게 하고도 남는다고 하겠다.
망언의 당사자는 일본 자민당 소속 다케시다 와타루 중의원이라고 한다. 그는 자신을 "다케시마(독도의 일본식 표기)가 속한 시마네현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지역구가 시마네현이라고까지만 말했으면 그래도 무난했을 것을 의도적으로 다케시마를 언급한 것이다. 때문에 한국 의원들은 다케시다 의원의 망언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고, 회의는 중단됐다고 전해졌다.
이후 일본측 위원장과 다케시다 의원 당사자가 부적절한 발언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나서야 이후 일정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당사자로서는 본전도 못 챙긴 발언을 한 셈이고, 덕분에 우의 등을 다지자는 목적에서 열린 한일의원총회는 내내 어색했을 것임이 눈에 선하다.
다케시다 의원은 다분히 지역 선거구민을 의식한 의도적인 자기과시를 하고 싶었는지는 모르나, 일본 지도층이 여전히 부당하고 얕은 역사인식을 갖고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볼 수 있다. 양국 정상회담이 재대로 이뤄지지 않을 정도로 두나라 관계가 냉각될 대로 냉각된 상태임을 중시했다면 이런 경솔한 발언은 삼가했어야 함이 당연하다.
이 연맹의 총회가 한참 멀어진 양국관계 개선에 도움을 모색하기 위한 측면도 있음을 유념이나 했는지, 그저 찬물을 끼얹는 어처구니없는 경솔한 언행을 한 셈이 되고 말핬다.
일국의 국회의원이란 지도급 인사라면 그에 걸맞은 의식과 품격을 지녀야 함은 당연하다. 잘못된 인식이 사실인 양 호도하는 값싼 언행을 일삼고 다니는 인물을 두고 자리에 어울리는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총회는 그런대로 무난한 공동성명을 내긴 했지만 다케시다 의원의 발언 등으로 흠결이 났다는 인상은 결코 지울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