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희 / 구성고등학교 수석교사 우리나라 사람들이 물 다음으로 많이 마시는 음료는 무엇일까? 그건 단연 커피다. 아시아 커피 소비국 2위인 우리나라의 하루 커피 소비량(식약청, 2011년)은 평균 300t으로 국내 경제활동인구 2400만 명이 하루 한 잔 반씩, 연간 500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고 있는 셈이다.
이 시대의 `성수`라고도 불리는 커피는 현대인의 기호품을 넘어 필수품이 되었고, 그 맛과 향, 종류는 너무도 다양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달콤한 다방 커피를 찾던 사람들은 대중적인 기호로 재창조된 일회용 인스턴트 믹스커피에 열광하였으며 골목마다 생기는 커피전문점의 등장으로 하나둘씩 아메리카노로 갈아타게 됐다.
그룹 `10cm`의 노래처럼 아메리카노를 외치며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거리를 다니는 모습은 이제 더는 낯선 풍경이 아니다.
바리스타라는 직업의 생소함도 무뎌졌고 대화와 모임의 장소였던 커피전문점도 홀로 앉아 커피를 앞에 두고 무선 넷으로 노트북 작업을 하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커피 문화를 창조했다.
이렇듯 커피가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커피 추출기구의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 커피 추출이란 로스팅이 된 원두를 다양한 방식(분쇄한 원두 입자의 크기, 거름장치, 물 온도와 접촉 시간 등)으로 고유의 커피 맛과 향 등을 뽑아내는 것이다.
추출은 여러 가지 성분이 섞여 있는 혼합물 중 한 성분만 녹여내는 용매를 사용해 특정 물질만을 분리해 내는 방법으로 커피뿐 아니라 녹차, 땅콩 등에서 원하는 성분을 얻어내는 과학적인 혼합물 분리법 중 하나다.
혼합물 분리법은 추출 외에도 끓는점 차이를 이용(공기의 분리, 원유의 정제)하거나 증발(염전), 여과(흙탕물), 크로마토그래피(사인펜의 색소), 밀도 차이를 이용하는 방법 등 물질의 상태와 특성에 따라 다양하다.
우리가 자주 마시는 우유도 혼합물로 우유 속 단백질 성분만을 분리해서 만든 것이 치즈, 나머지 지방만으로 만든 것이 버터다.
또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드는 과정도 혼합물 분리를 이용한 것인데, 믹서로 간 콩에 물을 넣어 끓인 후 간수를 넣으면 콩 속의 단백질 성분들만 분리되어 엉기게 된다.
전 세계인들의 가장 사랑받는 음료인 커피는 추출방식의 발전 속에서 눈부시게 성장해 왔다.
수작업으로 커피를 내리는 전통 방법인 터키식 침출법(Turkish Coffee)에서부터 프렌치 프레스(French Press), 핸드드립(Hand Drip), 사이폰(Syphon), 모카포트(Mocha Pot), 에스프레소 머신(Espresso Machine)까지 이어져 온 추출방식의 진화는 커피 산업의 원동력이 됐다.
원두 원산지와 추출방식에 따라 다양한 커피의 세계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커피 속 카페인 성분을 97% 이상 제거한 디카페인 커피의 등장으로 카페인 성분 때문에 잠 못 이루던 사람들과 칼슘 흡수를 방해한다는 이유로 커피를 꺼리던 골다공증 환자들까지도 안심하고 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됐다.
디카페인 커피는 볶지 않은 커피콩을 물에 불리거나 용매(아세틸 알데히드, 초임계유체 이산화탄소)를 사용해 여러 번 씻어내 카페인을 포함한 수용성 화학물질을 우려낸다. 이 용액을 활성탄소가 들어있는 관에 통과시켜 카페인만 제거할 수 있으며 추출된 카페인은 청량음료 회사나 제약회사 등에 판매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카페인은 물 100ml에 약 2.2g 정도 녹는데 끓는 물에서는 30배 정도 잘 녹으므로 뜨거운 물로 천천히 핸드드립 해서 얻어지는 커피의 카페인양이 상대적으로 많다.
요즘 인기 있는 더치커피 한 잔 속에는 카페인이 얼마나 들어있을까?
더치커피는 뜨거운 물 대신 찬물을 이용하여 장시간 우려낸 커피로 네덜란드풍(Dutch)의 커피라는 의미다. 더치커피 추출법은 17세기 경 네덜란드 상인들이 인도네시아산 커피의 강하고 쓴맛을 줄이고 장시간 항해하는 동안 커피 맛을 보존하기 위해 찬물을 이용했다.
추출 시 찬물을 쓰기 때문에 카페인 성분이 적게 나오며 커피 고유의 향이 날아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숙성돼 `커피의 와인`이라는 칭송을 받으며 커피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커피는 하나의 문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