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현역 국회의원들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후보들은 뜨거워지는 있고 민주당 후보들은 야권연대 셈법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다. 경선 단계에서 의원직을 던져 당선 의지를 표명할지 여부는 양당 후보자 공히 고민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로부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권유 받은 정몽준 의원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라는 강적과 맞닥뜨리게 됐다.
정 의원은 최근 김황식 전 국무총리 영입에 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김 전 총리는 역대총리 중 가장 훌륭한 분이다. 그런 분이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새누리당과 함께 일하면 아주 좋은 일"이라고 통 크게 대응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당내 비주류인 정 의원이 경선을 거쳐 본선까지 가려면 당내 주류인 박근혜계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인데 친박계가 김 전 총리 쪽으로 기우는 듯한 분위기라 이 역시 정 의원에게는 고민거리다. 정 의원이 보유하고 있는 1조6970억원대 현대중공업 주식의 백지신탁 여부 역시 난제 중 하나다.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과 정병국 의원은 중진차출론 탓에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5선인 남경필 의원을 차출해 민주당 후보를 압도해야 한다는 당내 기류가 사그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병국 의원은 6일 성명을 내고 "마치 야당의 선거연대와 같은 이기고만 보자는 발상"이라며 "정책과 후보를 검증할 기회를 마련해 공정한 규칙, 치열한 경선의 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유철 의원도 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야당의 예상되는 후보들과의 가상 시나리오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며 중진차출론을 반박했다.
부산시장 선거에 나선 박민식 의원도 7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통화에서 "중진차출론은 쉽게 말하면 낙하산으로 내리꽂는다는 것"이라며 "당헌 당규에 분명히 선거에 나갈 후보자를 선정하는 민주주의적인 절차가 있는데 그냥 누구를 특정인을 후보로 정한다면 이거야말로 선거 공학"이라고 중진차출론을 비판했다.
현역의원의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에 따른 당 차원의 고민도 있다. 현역의원을 지방선거 후보로 내보낼 경우 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므로 해당 지역구에선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만약 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과반의석이 붕괴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중진차출론에 대항하는 현역의원 차출 최소화론도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유기준 의원은 부산시장 선거 당내 경선 도전의사를 밝혔지만 현역의원 차출 최소화론에 호응한 듯 지난 7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유 최고위원은 TBS `퇴근길 이철희입니다`와 통화에서 "아무래도 현역들이 가능하면 좀 적게 나가는 게 좋다는 게 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와 별개로 당 지도부가 출마를 요구했음에도 `국회의원직을 내놓지 말라`는 지역구민들의 요구 때문에 출마를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
권성동 의원은 7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 통화에서 "여러 차례 지도부의 (강원도지사 선거 출마)요청이 있었지만 지역구민들의 반대가 심해서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뜻을 표했다"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얘기를 하고 있어서 인간적으로 참 고민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민주당 소속 광역단체장 출마 후보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김진표·원혜영 의원은 새정치신당 소속 후보와의 후보단일화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단일화를 하지 않을 경우 표가 갈려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진표 의원은 7일 KBS1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와 통화에서 "큰 규모의 선거는 1위와 2위의 표차는 마지막에 가면 5%포인트 이내로 줄어들고 또 3위는 5% 이내로 득표하는 것이 그동안의 경험이었다"며 "기계적인 단일화를 하다가 정치에 대한 불신만 오히려 조장할 수 있으니 국민에 의한 단일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혜영 의원도 같은날 보도자료에서 새정치신당을 겨냥, "지방선거가 공멸의 무덤이 될까봐 애가 타는 국민들 앞에서 `밀당`이나 하고 있는 것은 정상적인 야권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정치공학과 나눠먹기를 일절 배제하고 오직 후보의 인물과 가치, 노선을 중심으로 하는 범사회적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에는 현역 단체장과 경선을 벌여야 하는 의원도 있다.
광주시장 선거에 나선 이용섭 의원은 7일 광주KBS라디오 `무등의 아침`과 통화에서 "당내에서 (경선규칙이)당원 50%, 시민여론 50%로 잠정적으로 확정된 것으로 안다"며 "도전자 입장에서 강운태 시장의 조직력에 다소 부담되지만 당이 결정하면 승복하고 따르겠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당 지도부의 의원직 사퇴 자제령에 관해선 "출마선언 전에 김한길 대표에게 의원직을 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대표가 `당내 경선을 준비하면서 사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기득권에 연연하지 않고 시민만 믿고 당당하게 나가겠다"며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