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소비자원이 발표한 결혼중개업 관련 피해 현황은 한국 결혼정보회사의 위태로운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업체 수는 줄어드는데, 불만건수는 오히려 증가한다는 것은 업계의 미래상이 어떨지에 대한 경고다.
회원들이 주변에 가입 사실을 알리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결혼정보회사의 속성을 감안하면 그 피해사례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예측된다. 이로써 한국 결혼정보회사의 모럴 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지가 만천하에 드러났다.
◇저임금 텔레마케터로 가입받는 방식, 커플매니저의 업무전문성 향상 기반없어
결혼성공률이 5%라면 100명 중에 5명인데, 이 정도 확률은 회원들끼리 풀어놓으면 그 안에서 자연스럽게 성공할 수 있는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100명 95명은 결혼이 안 된다는 것, 그런데도 회비는 수백만원이나 받는다는 것이다.
업계에는 이런 구조가 정착된 지 오래이다. 제조업으로 치면 불량 상품을 만들어 버젓이 판매하는 격이다. 이 업종의 희소성과 내부 상황을 고객들이 잘 모른다는 것을 악용한 결과다.
결혼정보회사는 고도의 안목과 판단력, 경험을 갖춘 커플매니저들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전문업종이다. 그럼에도 현실은 전문 커플매니저가 거의 없고, 대신 텔레마케터들이 가입을 받고 있다.
전문성 없이 채용 후 2~3일 교육해서 업무에 투입하는 상황에서 결국 어려움을 감당하지 못하고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대부분 150만~180만원대의 저임금이다. 책임감을 갖고 일을 할 동기 자체가 없다.
물론 간혹 고임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른바 ‘하이에나 매니저’들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A 매니저는 회원가입을 많이 받아 실적이 좋다. 회원들을 일단 접수 받아주고, B 회사에서 인센티브를 챙겨 C 회사로 옮겨간다.
A 매니저는 무조건 가입만 받아주는 것이 제 역할이므로 실제 관리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소개가 이뤄지기 힘들다. 실제 소개는 상담 때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것이 결혼중개업계의 메커니즘이다.
◇회비를 미리받는 선수금 구조에서 비롯된 악순환
결혼정보회사의 절대 다수는 회비를 미리 받고 1년 동안 서비스하는 연회비 방식이다. 어떻게 보면 수백만원대 회비를 한꺼번에 받아 자금을 확보하려는 회사의 필요와 회비를 많이 내고 좋은 사람을 만나려는 회원의 욕구가 맞아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그것이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것이다.
회원으로부터 받는 회비는 1년 동안 그 회원을 관리해야 하는 비용인데, 회사는 일단 운영비로 충당을 하고 본다. 그리고 회원 관리비용은 새로운 회원을 가입 받아 메우는 식이다.
결국 신규 가입을 위해 광고를 많이 하다 보니 전문인을 양성할 수 없고, 그래서 억지로 가입 받은 회원 관리를 엉망으로 하고, 그래서 환불로 이어지고, 이런 악순환 속에서 결혼정보회사가 일그러지고 있다.
◇광고에 의존해 회원가입 받아 유지하는 내부의 한계 극복하고 결혼성공률 공개해야
광고 많이 해서 수백만원대 회원들을 많이 가입 받으면 매출은 금방 올라간다. 문제는 그런 회사들이 결혼성공률을 공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결혼성공률이 높을 리가 없고, 그래서 공개를 못하는 것이다. 그마나 선우 정도가 결혼성공률이 24%였고 그 정도로는 부족해 후불제로 전환을 하였다
과거 한국 결혼의 일정 부분은 가족혼이었는데, 핵가족화로 그 기반이 해체되었다. 이를 계기로 결혼정보회사가 등장해서 주변 중매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역할은 여전히 필요하다.
하지만 업계가 모럴 해저드와 고객 기만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자정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사회의 엄중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고, 결국 양성화의 기회는 없어질 것이다. 업계의 내부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그래서 고객들이 알만큼 알게 되고, 터질 것은 터지고, 그리고 다시 시작한다면 비온 뒤에 땅이 굳듯이 건강한 기반 위에서 제대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그 동안 매출을 내세워 스스로 1위라고 자랑하던 회사들이 ‘진짜’ 1위다운 모습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