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대중매체의 위험성이 지적되는 가운데,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무분별한 성형광고를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1일 광고업계에 따르면 국내 영화 상영관이 CGV?롯데시네마?메가박스 등 대규모 멀티플랙스로 통합되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한 광고 집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극장 광고 역시 큰 규모로 성장했다.
극장광고는 그 성격에 따라 상업광고, 개봉예정작 예고편, 자체 프로모션 광고, 국가기관 광고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
이 중 영화관의 수입과 직결되는 것은 여러 광고 대행사를 통해 선정되는 유료 상업광고로, 입장료?매점 수익과 함께 영화관의 주된 수입원 중 하나다.
각 영화관에서는 극장광고의 광고 시간이나 횟수에는 제한이 없이 자율적으로 편성하고 있기 때문에 극장 성수기인 여름과 겨울철에는 자연히 상영되는 상업광고 개수도 늘어난다.
특히 최근에는 성형외과?비만클리닉 등의 의료기관들이 TV 광고에 비해 상대적으로 심의에서 자유로운 극장광고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월별 최소 5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을 호가하는 광고 단가에도 불구하고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대형 성형외과들은 멀티플랙스 상영관의 극장광고를 따내기 위해 막대한 연간 홍보예산을 편성한다.
한 성형외과 홍보팀 관계자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심리적으로 여유있는 상태에서 광고를 감상하게 된다"며 "같은 광고노출 시간이라도 강한 인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의료기관의 과도한 극장광고 진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내용의 성형광고들이 영화 관람등급에 관계없이 상영되고 있는데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없어 미성년자 관객들이 무방비하게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간 `극장광고의 특수성과 파급력을 고려해 광고 내용에 따라 관람 등급을 세분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을 통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러한 주장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며 15세 이상 관람가 이하 등급 영화 전후에는 술 광고를 상영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성형외과와 같은 의료기관 극장광고의 경우 소관부처가 문화체육관광부와 보건복지부로 이원화돼 있어 법안 발의가 어려운 상황이다.
의사협회 의료광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의료기관의 건물 내 광고는 사전심의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현재로서는 극장 성형광고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관객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영화관 측에서는 착석률이 높은 이른바 `프리미엄존`을 제외한 시간대에 성형광고를 배치하는 등 자구책을 내놓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한 멀티플렉스 상영관의 광고담당 관계자는 "관객들의 항의가 잦아 성형광고는 최대한 앞쪽 시간대에 상영하고 있다"면서도 "광고 수익이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극장광고의 규제는 결국 입장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