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경찰의 기강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다. 현직 간부 경찰관이 술에 취해 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입건돼 대기 발령된 상태이며, 또 다른 경찰관은 살인교사 등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도덕적 해이를 떠나 조직자체내 개혁과 혁신 없이는 결코 민중의 지팡이가 될 수 없다는 도민들의 우려 섞인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상급기관에서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이 절실하게 요구되지 않느냐는 목소리도 크다. 지난해 12월 27일 취임식을 갖고 경북지역 치안을 총 책임지고 있는 권기선 청장의 포부에도 찬물을 확 끼얹고 있다. 권 청장은 "경북경찰이 안전 일번지, 행복 일번지를 열어 나가는 든든한 파수꾼이 되도록 총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도민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는 인간미 넘치는 경북경찰상 확립과 함께하는 지역사회 치안모델 구축, 열정과 창의가 가득한 문화 조성, 화합과 번영의 공동체 조성 등을 경북경찰이 실천해야 할 과제라고 제시한 바 있다. 23일 칠곡 경찰서에 따르면 현직 경찰관 C모(31) 경사가 살인교사 등 혐의로 긴급 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칠곡경찰서는 지난 20일 오전 11시45분께 왜관읍 A요양원 주차장에서 살인용의자 배모(34)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다. 배씨는 지난 17일 오전 11시20분께 전직 경찰관인 PC방 업주 B씨(48)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고 있다. 배씨가 경찰조사 과정에서 밝힌 진술이 충격적이다. 배씨는 "B씨를 살해해 달라는 C경사의 청탁을 받고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힌 것이다. C경사는 살해된 B씨와 복잡한 채무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취한 상태에서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현직 경찰간부도 대기발령 상태이다. 지난 20일 오전 1시30분께 대구시 북구 산격로 인근 길가 도로에서 경북청 소속 김모(40) 경정이 술에 취해 자신의 투싼 승용차로 마주오던 다이너스티 승용차 운전석 뒷부분을 들이받았다. 김 경정은 이날 길가 도로에 주차돼 있던 싼타페 차량 운전석 앞 범퍼를 충돌하는 1차 사고를 낸 후 마주오던 다이너스티 승용차와 2차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경정의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0.119%의 만취상태였다. 경북지역 경찰의 도덕적 해이 등은 끊이질 않았다. 형태도 다양했다. 지난해 초에는 경찰서 대용감방에서 수감된 피의자가 경찰관의 묵인 하에 담배를 피워 물의를 빚었다. 같은 해 12월 구미경찰서에서는 벌금형으로 수배 중이던 박모(26)씨가 경찰에 의해 검거된 후 경찰 조사를 받던 중 화장실 볼일을 핑계로 수갑을 찬 채 도주해 소홀한 피의자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현직 경찰관 5명이 동네 선후배와 도박판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경찰관 4명이 수년에 걸쳐 한 여성을 상대로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다 징계를 받은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져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자를 검거해야 할 경찰관이 스스로 범죄를 저지르고 다니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경찰 조직의 직무태만과 기강해이가 위험 수준에 달한 것 아니냐, 자정을 위한 경찰 지휘부의 대응이 미온적이라는 비판과 부적절한 행동이 잇따른 것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해야 한다는 큰 목소리의 질책이 불가피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경북청 한 간부 경찰관은 "경북경찰 조직에 악재가 이어지는 것 같다. 일련의 일들로 인해 다수의 경찰관들의 사기저하와 도민들과의 거리도 벌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경찰 스스로가 자정노력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며 속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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