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엄마 A씨는 딸 아이 넷을 홀로 키우고 있다. 30대 초반의 나이에도 불구, 아이 3명이 초등학생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첫째는 열두 살, 막내는 올해로 다섯살이 됐다. 남편은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수년 전 집을 나가 연락조차 되지 않는다. 기초수급자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A씨에게는 아이들과 친정어머니만 남았다. 가사도우미 일로 근근이 생활을 꾸려나가지만 아이들이 눈에 밟혀 오래 집을 비울 수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어머니까지 지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A씨는 생활비와 병원비까지 떠안아야 했다. 그러던 중 한 아이가 아팠다. 최근 유행하는 독감에 걸렸는지 몸에 심하게 열이 나고 며칠을 앓았다. 제대로 먹지 못해 더 아픈 것 같아서 A씨는 가슴이 찢어졌다. A씨는 지난 20일 오후 대구시 남구의 한 대형마트에 들어갔다. 어느새 A씨의 장바구니에는 햄과 고기, 채소 등 식료품이 가득 담겼다. A씨는 장바구니를 든 채 그대로 계산대를 지나 출입구로 향했다. 보안요원이 A씨를 막아섰다. 마트 측에서는 계산이 되지 않은 상품을 꺼내들며 상품 값 14만6000원을 치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씨에게는 그만한 돈이 없었다. 결국 A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절도 혐의로 넘겨졌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아이가 많이 아픈 것 같아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가 조사 내내 고개를 푹 숙이고 잘못했다고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경찰은 조사를 비교적 빨리 마친 뒤 A씨를 귀가시켰다. 조사 받는 내내 A씨의 휴대전화에 집에 오지 않는 엄마를 찾는 아이들의 전화가 계속 걸려와서다. 피해를 입은 마트 측은 A씨의 이 같은 사정을 듣고 처벌의사를 접겠다는 뜻을 밝혔다. A씨가 가져간 상품들이 모두 회수됐고 상습범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랬다는 점을 참작한 것이다. 사건을 담당하는 대구 남부경찰서 측은 "입건이 된 상태라 검찰이 최종적으로 처벌수위를 결정할 것"이라면서 "죄와는 별도로 가정을 찾아 형편을 확인한 뒤 도움이 되는 방안을 찾아 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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