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스포츠 이벤트인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개막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개최국 브라질은 극심한 치안 불안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브라질에서는 지난해부터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월드컵 개최 준비로 교통·의료·교육 등의 예산 편성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지난 4월 상파울루에서는 무려 1500명이 모여 월드컵 반대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1월에는 브라질 내 30여 개 도시에서 동시에 월드컵 반대 시위가 진행되기도 했다.과격시위를 주도하는 `블랙 블록`이라는 단체는 월드컵 기간 중 외국 대표팀이 거주하는 호텔과 버스 등을 공격하겠다고 선언하며 브라질 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정부는 폭력을 막기 위해 약 1만 명의 군 병력 투입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과 관련된 시위 및 테러 위협도 문제지만 브라질 내부적인 치안은 상태가 더 심각하다. 브라질 당국은 현재 `범죄 조직 소탕작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일부 조직들은 막대한 총기 보유량을 앞세워 현지 경찰마저 제압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같은 곳은 경찰이 범죄 조직을 감당하지 못해 군대가 직접 치안을 맡고 있다. 상파울로 국립대학은 "브라질에서는 월드컵 예선경기가 치러지던 한 달 동안 약 750명의 어린이들이 살해됐으며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50개 도시 중 15개 도시가 브라질에 있고 그 중 6개 도시에서 월드컵 경기가 치러진다"고 경고했다. 외교부는 지난 5일 브라질의 현지 치안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기존에 상파울루·리오데자네이루·비또리아·살바도르·헤시피에만 내렸던 여행경보 1단계(여행유의)를 브라질 전역으로 확대했다. 여행경보 1단계는 해당 지역에 체류하고 있거나 여행을 계획할 경우 신변안전에 각별히 유의할 것을 권고하는 단계다. 외교부는 "월드컵 관람 등을 위해 브라질을 방문할 계획이 있거나 현재 방문 중인 우리 국민은 여행경보 단계를 반드시 숙지하고 신변 안전에 유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브라질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각국 축구대표팀과 관광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브라질 경찰은 자국을 방문할 외국인을 상대로 위험 상황에 대처하는 안내서를 배포할 계획인데 그 중에는 `브라질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반응하거나 비명을 지르거나 (그들과)논쟁하지 마시오`라는 내용이 있다. 이에 대해 브라질 경찰은 "브라질에서는 대부분의 강도가 총을 소지하고 있기 때문에 피해자가 반항할 경우 목숨까지 빼앗는 경우가 많다"며 "순순히 재물을 내주면 목숨은 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 대처 안내서`라고 했지만 실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위기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도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도 지난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브라질 출장 기자단을 소집해 안전 행동 지침을 전달했다.이 자리에서 외교부 관계자는 "총기 강도에 대비해 여분의 지갑 및 미화 50달러가량의 현금을 준비해둬 강도가 돈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그 외에는 운이 좋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FIFA는 월드컵 기간 동안 약 60만명의 외국인이 브라질을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축제를 준비해 놓고 손님맞이에 나선 브라질이 허술한 치안으로 인명 사고를 내는 날에는 `역대 최악의 국제대회`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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