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을 검거하려는 검찰과 경찰의 추적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입에선 한숨과 우려가 뒤범벅이 돼 흘러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언제 유병언을 잡겠냐는 것이다. 누구는 기고 또 누구는 날아다닌다고도 할 수 있다.세월호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도주 행각을 보면서 국민들의 우려가 크다. 검찰은 유씨를 쫓고는 있지만 계속 허탕을 쳐 답답함만 키우고 있다. 검찰은 유씨의 도피를 도운 혐의로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신도 3명을 지난주 체포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유씨가 타고 도주했을 것으로 추정돼 전국에 수배됐던 EF쏘나타 차량 탑승자라고 한다. 이 차는 지난달 24일 오후 순천 톨게이트 인근 주유소 폐쇄회로(CC)TV에서 처음 확인돼 경찰이 추적에 나섰지만 정작 지난달 29일 밤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서 발견됐다. 그것도 이 차가 이곳에 세워진지 나흘이 지난 시점이다. 이 차에는 유씨가 타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는 하지만 주요 수배차량의 추적조차 제대로 못 한 것은 수사력에 의구심을 품게 하고도 남는다.검찰의 유씨 검거 작전은 뒷북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검찰은 지난달 25일 밤 유씨가 머문 전남 순천 송치재 휴게소 인근 별장을 덮쳤지만 유씨는 이곳을 떠난 뒤였다. 도피를 돕는 조력자가 체포돼 포위망이 좁혀진 것을 유씨가 이미 눈치 챈 것이다.검찰은 유씨가 여전히 순천과 인근 지역에 은신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의심지역을 집중 수색 중이라고 하지만 별다른 진척이 없다.앞서 검찰은 지난달 21일 경기 안성의 금수원을 압수수색했으나 유씨 검거에 실패했다. 유씨가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이뤄진 압수수색이라 사실 기대할 것도 없었다. 헛발질이 계속되면서 검찰의 정보와 수사 능력에 대한 신뢰는 깨질 위기다.무엇보다 검찰의 가장 큰 실책은 유병언 일가 수사에 나서면서 초기에 그의 신병을 확보하지 않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검찰은 통상적인 수사처럼 주변 인물부터 조사하고 핵심인 유씨를 맨 나중에 소환조사, 대미를 장식하는 수순을 그렸지만 결과적으로 이것은 순진한 판단이었다. 검찰이 주변 수사를 다 마치고 부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소환 통보에 응하는 정상적인 인사들과 같은 수준으로 유씨를 본 것이 오판이 되고 말았다. 유씨는 계열사 대표 등 측근 조사가 한창이던 무렵, 일찌감치 이미 금수원을 빠져나가 순천으로 이동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검찰 조사에 응할 생각이 애시당초부터 없었던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런 유씨에게 검찰은 소환 통보를 하고 기다리느라 소중한 시간만 버린 셈이다. 수사를 피해 잠적한 유씨와 그의 도피를 돕는 일부 신도의 국민을 우롱하는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유씨의 도피를 돕다 체포된 구원파 신도는 날이 강수록 늘어만 가고 있다. 검찰은 구원파가 팀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는 방법으로 유씨의 도피를 조직적으로 돕는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유씨를 신격화하는 구원파 강경세력의 결사적인 비호 때문에 유씨의 장기 도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일부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신도들을 상대로 유씨의 도피 자금을 모으고 유기농 음식 등도 마련, 유씨에게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세월호 참사로 유가족과 국민이 겪는 고통을 이들은 과연 언제까지 외면하려고 하는가. 검찰은 더 늦기 전에 유씨를 하루빨리 검거, 법의 준엄한 심판대에 올려야 하고 그의 도피를 도운 세력도 끝까지 찾아내 엄벌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