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남기 / 전 광주교육대 총장 6·4 전국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성향 후보들이 17개 시·도 중 13곳을 차지하며 압승을 거두었다. 진보진영 교육감 압승의 원인과 유권자 표심에 대한 해석, 그리고 전망에 대한 입장이 언론의 성향에 따라 크게 나뉜다. 보수 언론은 진보진영 압승의 가장 큰 원인을 ‘보수 분열’이라고 보고 있고, 진보 언론은 ‘세월호 참사’ 및 그동안 진보교육감이 거둔 실적이라고 보고 있다. 표심 해석에서도 보수 언론은 ‘진보교육감 대부분이 30%대 득표율’로 이겼기 때문에 기존 교육제도를 뒤집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하고 있고, 진보 언론은 ‘입시경쟁에 염증 난 부모들 교육 패러다임 바꾸라는 명령’이라고 하고 있다. 전망에서도 보수 언론은 ‘학교현장의 혼란과 갈등에 따른 교사·학생·학부모의 피해를 강조하고 있고, 진보 언론은 혁신학교 확대 및 고교체제 변화에 대한 기대를 보이고 있다. 내놓은 대책에서 보수 언론은 마찰과 혼란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하고 있고, 진보 언론은 “교육현장에서 시민들이 보여준 압도적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고 하고 있다.향후 4년간의 흐름을 짐작해보면 진보교육감 지역들은 전략적으로는 중앙정부와 대치하는 진보교육벨트 형성, 교육정책에서는 경쟁 대신 협력, 고교평준화 확대, 일반고 강화 및 혁신학교 확대, 특목고와 자사고 등의 축소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보수 언론은 ‘기존 교육제도를 180도 뒤집으려는 시도’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 정부와 현 정부가 이러한 정책 기조를 채택하면서 어떠한 사회적 합의나 논의도 거치지 않은 채 독단적으로 몰아붙일 때 학계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놓았으나 정부 당국은 요지부동이었다. 그렇다면 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시민들의 지지와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교육 미래를 만들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일까? 첫째, 중앙정부가 되었든 지방교육자치단체가 되었든 정책을 시행하고자 할 때 정책에는 반드시 득과 실이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꼭 기억해야 한다. 집권만 하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정책과 제도의 밝은 점만 생각하며 부나방처럼 돌진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진보진영이 꿈꾸는 경쟁 대신 협력하는 청소년으로 기르고자 하는 경우에도 국내외적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이들에게 이러한 교육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학벌을 타파하겠다며 진보 정부가 도입을 강행한 법학전문대학원제도는 기대와 달리 신세습주의사회 구축에 기여하고 있음을 떠올려볼 필요도 있다.둘째, 드디어 정책 결정권 공유가 가능한 때가 되었음을 깨닫고 이의 제도화를 위해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요동쳤던 것은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이 교육도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왔기 때문이다. 교육정책의 잦은 변경을 막기 위해 초정권적 혹은 각 집단 합의체적 성격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다가도 일단 집권을 하면 집권당은 생각을 바꾸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를 포함한 우리 사회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고 있고 교육 효율성도 저하되고 있다.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세력이 승리함에 따라 중앙정부와 지방교육자치단체 사이의 힘의 균형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진보 세력이 비판해왔던 역대 정부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희망을 주기를 기대해본다. 다양한 시민단체들과 힘을 모아 국가 차원에서의 정책 합의 및 일관성을 보장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와 지방교육 정책 일관성 확보를 위한 범시민적 지방교육위원회 구성을 주도한다면 우리 국민은 자신들의 선택에 만족할 것이다. 만일 진보세력마저도 그동안 자신들이 비판해왔던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정당과 유사하게 선거의 결과를 해석하고 행동한다면, 즉 진보 대 보수의 싸움에서 진보가 승리한 것이라고 믿고 과거 정부들처럼 자신들의 교육이념과 정책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자 한다면 유권자들은 다시 고민에 빠지게 될 것이다. 선거에서 승리하였으니 교육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바탕으로 교육정책의 독점과 사유화를 막고, 교육 정책 큰 틀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교육계와 유권자가 간절히 바라는 바임을 집권당과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교육감들이 깨닫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