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로 농가에 지원되는 농업보조금이 줄줄 새고 있다. 갖가지 수법으로 예산을 빼먹는 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끊이지 않으면서 농가마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각종 농업보조금조차 먼저 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다. 농민과 농기계판매업자가 짜고 보조금을 빼돌리다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대구지검 특수부는 농기계판매업자가 자부담분을 대신 내게 하는 방법으로 정부보조금을 횡령한 혐의로 경북 영천지역 친환경유지농 작목반 대표 김모(53)씨와 판매업자 2명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6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작목반 농민과 다른 농기계판매업자, 농사시설 공사업자 등 18명을 불구속기소되는 등 범죄조직을 연상시킨다.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작목반구성에 필요한 농지면적이 최소기준에 미달하자 무관한 사람을 끼워 넣는 방법으로 ‘친환경유기농 작목반’을 구성한 뒤 지자체가 지원하는 농기계구매보조금 1억4600만원을 챙겼다. 농기계판매업자들은 ‘권장소비자가’보다 5‒20% 정도 할인판매하더라도 충분한 이윤이 보장되는 점을 노려 농민이 부담해야 할 20% 가량의 자부담분을 대신 내주고 농기계를 판매해 이득을 챙겼다. 일부 판매상은 자부담 대남에 따른 수익감소를 메우기 위해 구형농기계를 신형인 것처럼 공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농민들은 자부담대납으로 할인구입한 농기계를 권장소비자가로 구입한 것처럼 허위서류를 지자체에 제출하는 수법을 썼다. 또 일부 농민들은 할인 대신 자부담분에 해당하는 만큼 다른 농기계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경우도 있었다. 유기농하라며 보조금까지 대 줬더니 온갖 잔꾀를 동원해 국고보조금을 횡령할 연구만 한 것이다.보조금이란 국가 또는 지자체가 특정산업의 육성이나 기술개발 등을 목적으로 시설·운영 자금 일부를 무상, 또는 낮은 금리로 제공하는 돈이다. 그 돈이 번번히 새 나가면서 ‘먼저 보는 놈이 임자’, ‘눈먼 돈’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지칫하면 한국사람들 ‘근성이 더럽다’는 욕까지 먹을 판국이다. 오죽하면 형진휘 특수부장이 “자치단체 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이젠 버려야 할 때”라고 충고했겠는가. 방법은 하나 뿐이다. 보조금을 내 줄 때 서류만 들여다 볼 것이 아니라 현장조사도 겸하고 사후조사도 철저히 하면 공돈 먹겠다는 사람들이 대폭 줄어 들 것이 아니겠는가.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