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억만장자 하워드 휴즈는 병이 악화돼 자가용 비행기로 병원으로 가던 중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Nothing! Nothing!”)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렇게 돈 많은 사람도 아무 것도 가져가지 못했다. 수의(壽衣)에는 포켓이 없기 때문이다.널리 알려진 이야기 한 토막. 남미 어느 한적한 바닷가, 호화 요트를 정박하고 해변을 거닐던 도시에서 온 부자와 야자수 그늘 아래 드러누워 있는 어부와의 대화를 보자. “이 금쪽같은 시간에 왜 고기잡이를 안 가시오?” “오늘 몫은 넉넉히 잡아 놨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좀 더 많이 잡아 놓으면 좋지 않습니까?”, “그래서 뭘 하게요?”, “돈을 더 벌어 큰 배를 사서 먼 바다로 나가 고기를 더 많이 잡고, 그러다보면 나처럼 부자가 되지 않겠소?” “큰 부자가 되면 뭘 합니까?”, “뭐요? 그렇게 되면 편안하고 한가롭게 삶을 즐길 수 있잖소.”, “지금 내가 그렇게 즐기고 있잖소?” 어떻게 사는 게 좋은 것이고 또 어떤 게 즐기는 삶인지 정답은 없다. 세상을 보는 눈과 삶의 방식, 태도도 부자와 어부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행복의 기준도 당연히 사람마다 다르다. 자신의 기준에 맞춰 남을 평가할 수는 없다.영화 ‘국제시장’은 6·25 전쟁을 겪고 파독광부와 간호사가 되고 월남전에서 살아남는 등 가난을 벗어나고자 온갖 고생을 다한 세대들의 삶의 이야기다. 영화의 영어 제목(Ode to My Father)이 말해주듯 찢어진 가난을 이겨내고 오늘을 있게 한 아버지에 대한 헌사다. 주인공 덕수는 아버지 제삿날에 사진 속 아버지에게 고백한다. “아부지! 이만하면 잘 살았지예? 근데… 참 힘들었어예” 힘든 삶을 살아왔다는 자부심과 고달픔의 독백이다. 어디 즐길 틈이라도 있었던가. 가족과 자식들 먹여 살리기 위해 죽지 못해 산 게 ‘국제시장’ 세대다.봄이다. 여기저기서 꽃이 핀다. 하지만 꽃은 하루아침에 우연히 피지 않는다. 모진 겨울 추위를 참고 견뎌낸 결과다. 우리의 삶도 그렇다.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온 것 아닌가.박근혜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민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는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말은 멋있게 들렸다. 하지만 행복은 누가 가져다주는 것도 아니고 행복을 재는 객관적 잣대도 없다. 기초연금 등 복지를 증대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러나 소득이 늘어난다고 행복이 보장되거나 커지는 건 아니다. 국민행복을 말하려면 부정과 부패, 불법과 탈법부터 몰아내는 일을 해야 한다. 거기서 국민들이 느끼는 카타르시스의 크기를 한 번 상상해보라. 행복은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돈 없이 행복하기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돈 많다고 반드시 행복한 것은 아니다. 행복은 문제를 스스로 풀고 무얼 이루고 또 느끼는 데 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온갖 문제에 부딪힌다. 그래서 산다는 건 문제 풀기다. 문제를 제대로 풀 수 있다면 거기에 보람도 행복도 있을 것이다. 잘 산다는 건 위를 쳐다보면서 절망하지 않으며 아래를 내려다보며 교만하지 않고 열심히 사는 데에 있다. 높은 곳을 보면 자기 목이 꺾인다. 남의 행복을 그대로 배우고 흉내 낼 수도 없다.오늘날 우리는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갖고 산다. 그러면서 불만이다. 욕망이 크기 때문이다. 남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는 걸 목표로 삼는다면 만족한 삶은 없다. 사람마다 그릇이 다르고 해야 할 몫도 다르다. 자기 그릇에 그 몫을 채우려고 온 힘을 바치는 그런 과정에서 희망도 보람도 행복도 깃들 것이다. 파랑새를 찾아 멀리 떠날 게 아니다. 파랑새는 바로 우리 곁에 있다. 행복, 그게 무엇인지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어쨌든 열심히 살 일이다. 다른 선택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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