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15명으로 늘었다. 환자의 분비물이나 공기 전파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메르스는 치사율이 41%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그럼에도 세 번째 환자의 아들이자 네 번째 환자의 동생은 의심환자인데도 방역 당국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국제선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출국헸다.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한 뒤 그는 고열로 두 번이나 응급실 신세를 졌고 결국 감염자로 확진판정을 받았다.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고 출국했다’는 사실에 말문이 막힌다. 메르스는 치료제가 없다고 한다. 치사율이 40%나 되는 무서운 병인데도 당국은 전염성이 약하다며 안심하라고만 했다. 그 결과 중동 국가를 제외한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미주 등에서 환자 수가 5명 이상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점에서 수치스러운 일이다. 보건당국은 발생 초기부터 갈피를 잡지 못했다. 2013년 메르스 중앙방역대책반을 만들었다는데 정작 상황이 발생하자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첫 환자는 귀국 후 발열과 기침 등으로 병원 3곳을 돌아다녔는데도 당국이 이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번에 홍콩을 거쳐 중국에 입국했다가 확진 판정을 받은 남성은 아버지와 누나가 감염됐고, 국내 첫 환자가 있던 병실에 4시간동안이나 머물렀는데도 보건당국은 격리조차 취하지 않았다. 결국 그는 26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전까지 아무런 제약 없이 회사에 출근하다 외국출장까지 떠났다고 하니 정부가 무엇하는 곳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국민복지를 책임 진 문형표 복지부 장관도 말치레뿐이다. 출국 사실이 알려진 뒤에야 “개미 한 마리라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자세로 하나하나 철저하게 대응, 국민이 정부 대응체계를 신뢰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남의 말 같은 발언을 하더니 15명으로 늘어난 31일에야 대책회의도 아닌 간담회를 열어 비난을 샀다. 이런 뒷북 행정을 일삼는 복지부와 방역당국에 메르스 방역을 맡겨도 될 것인가. 당국의 믿음직스럽지 못한 대응 탓에 확인되지 않은 괴담이 민심을 불안케 만들고 있다.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밖에서는 양치질도 하지 마세요”라는 식이의 유언비어다. 이번 사태를 키운 것은 보건당국이다. 방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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