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78세의 첸징항 노인이 감기처럼 심한 열과 두통으로 고생을 하다가 숨을 가쁘게 쉬면서 병원에 입원한 후 며칠만에 세상을 떠났다. 중국 남쪽 광둥성지역에서 2003년 2월 18일에 발생한 사건이다. 그런데 그를 간호하던 부인이 또 이병에 결려 엿새 뒤 사망했다. 그의 큰아들들과 딸이 이 병에 걸렸으나 의사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고 감기라고 진단을 내렸다. 중국 당국의 공식보고에 의하면 2002년 11월 16일 중국 남쪽, 광동지역 농촌지역에서 별안간 열이 높아지고 숨이 가쁘며 폐렴과 같은 증상을 앓은 환자가 처음 보고 됐다. 그러나 당국은 별로 관심 없이 처리했다. 그 후 5개월이 지난 2003년 2월 11일 같은 지역에서 300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5명이 사망했다. 정부 당국이 잘 관리하고 있어 더 이상 환자가 없을 것이라고 세계보건 기구(WHO)에 보고했으나 WHO 역학 조사반이 현지 조사한 결과 792명이 발생하고 31명이 사망했으며 45%의 환자가 치료했던 병원의 의사 간호사 직원이었음이 밝혀졌다. 당시 중국정부는 괴질 발생이 발표되면 중국인 최대 명절인 신년을 맞아 경제활동이 둔화 될 것을 우려해서 이 병을 숨겼다고 한다. 심지어 WHO 요원의 입국도 3월이 돼서야 허가, 조사를 지연시킨 것이 이 질병을 30여개 국가로 퍼뜨린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SARS)가 발병했을 때의 이야기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능력이 2003년 사스때의 노무현 정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여야에서 제기되고 있다. 컨트롤타워의 부재, 위험에 대한 안일한 인식 등이 그 근거다. 실제 초기 대응부터 과거에 비해 후퇴했다. 2003년에는 중국에서 사스가 번지자 국내 확진환자가 나오기도 전에 총리실산하에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고건 총리가 진두지휘 한 것을 본받아야 한다. 그 결과 전 세계에서 8400여명이 사스에 감염되고 810여명이 사망했지만 한국에서는 환자가 3명만 나왔을 정도로 방역태세가 완벽했다. 당시 고건 전 총리는 당장 조영일 당시 국방부장관을 불러 “사스 방역도 국가를 방어하는 일 아니겠는가. 군의관과 군 간호 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해 군 의료진 70여명을 공항 사스 방역에 투입했다. 아울러 자신은 진두지휘에 나섰고 청와대는 컨트럴타워를 맡았다. 이 점에 대해선 여당인 새누리당 정병국 의원도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몇 년 전만 해도 사스에 대처를 잘하는 모범적인 방역국이라고 했던 나라가 어떻게 이 지경까지 왔는지 답답하다”고 말한다.정부의 대응자세가 혼란스럽다. 메르스 관련 당정협의는 당정갈등으로 청와대가 거부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발병 12일 만에 유체이탈화법으로 “초기 대응에 미흡한 점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29일 개미 한 마리도 못 빠져 나가게 하겠다던 문형표 복지부장관이 사태가 악화된 지난 5일엔 “진주목걸이가 떨어져 다 줍는다고 해도 한두 개 빠질 수 있다”는 말로 입방정을 떨었고, 국민안전처는 ‘자주 손 씻기 등 메르스 예방수칙을 담은 긴급재난문자를 6일 휴대전화로 발송했다. 메르스 발생 17일만에 초등학생도 다 알고 있는 긴급재난문자 발송이라니 소가 웃을 뒷북행정이다. 백미(白眉)는 “신종플루 같은 경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300만명 정도 감염됐을 때 중앙재난관리대책본부를 가동했다. 지금은 가동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국민안전처 관계자가 말한 것이다. 신종플루는 치사율이 고작 0.07%에 불과했지만 메르스 치사율이 40%나 된다면 차원이 다르다. 치사율 40%에 300만명 감염이면 120만명의 사망자가 나온다는 사실을 알고 하는 말인가. 착각한 것인지 아니면 무식한 탓인지…. 청와대가 지자체와 빚은 갈등은 어른스럽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때 엄청난 희생을 치른 정부지만 더 이상 우왕좌왕 해서는 안 된다. 지금은 총리대행이 아니라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진두지휘해야 할 비상사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