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MERS) 확산이 한국 경제의 돌발 변수로 등장하면서 정부의 성장률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수출 부진이 심화되면서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는 데다, 최근 회복되는 듯 했던 소비마저 메르스로 급격히 악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당초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은 ‘구조개혁’에 방점이 찍혀 있었지만 각종 악재가 속출하면서 ‘경기대응’ 쪽에 무게중심이 더 쏠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최경환<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엔저와 유로화 약세가 장기화되고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 둔화되면서 수출기업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메르스(MERS) 발생과 관련해 소비·투자 심리 위축 등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고 말했다.최 부총리는 “대·내외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경제 활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들을 중심으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할 예정”이라며 “무엇보다 메르스 확산을 막고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해 가용인력과 수단을 총동원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면밀히 점검해 신속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최근 국내외 주요 경제 연구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잠재성장률(3%대 중반) 아래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3.1%,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3.0%, 한국은행은 3.1%, 국회 예산정책처는 3.0%를 예상했다. 노무라증권(2.5%), BNP파리바(2.7%) 등 일부 해외 기관들은 2%대의 성장률을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난달 3%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으면서 3가지 전제조건을 달아 사실상 2%대 성장 가능성을 인정했다.정부도 성장률 하향 조정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정부는 이달 중 발표할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에서 3%대 초반으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성장률이 잠재성장률 밑돌 것으로 예상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부진이다. 올해 들어 수출 감소폭은 1월 -0.4%, 2월 -3.4%, 3월 -4.2%, 4월 -8.1%, 5월 -10.9% 등으로 점차 확대되고 있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면서 생산, 투자 등 기업활동과 관련된 경제지표는 매달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