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딸의 담임교사로부터 딸에게 미열이 있다고 연락을 받은 A(여·46)씨는 아는 지인과의 약속 도중 급히 학교로 향했다. 딸은 학교 양호실에 따로 마련된 격리공간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A씨를 기다리고 있었다. 병원을 찾는 것도 일이었다. 병원 입구마다 메르스 증세가 의심되는 환자는 격리시설이 돼 있는 병원으로 가라는 안내에 발길을 되돌린 것만 여러 번. 다섯 번째 들린 한 내과에서 겨우 장염을 진단받을 수 있었다.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의 확산에 감기 등의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병원들이 미열 등 메르스 의심 증세와 관련, 진료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이 같은 이유에는 메르스 확산으로 비롯된 병원이름이 공개되면서부터 시작됐다.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으로 알려진 병원들이 메르스로 인한 ‘철퇴’에 휘청거리는 것을 인지하면서 자칫 병원 운영에 문제가 생길까 메르스 증세와 비슷한 환자들의 진료를 거부하고 있다.경북대병원 인근의 병원들은 입구마다 A4용지가 부착돼 있었다. 경북대병원 옆 공평로 10길 방면의 B병원은 발열, 폐렴 등 호흡기 증세가 의심되는 환자는 자신의 병원이 아닌 지역 보건소나 핫라인을 이용한 지시를 받으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1층 기둥에 부착했다. 또 삼덕네거리 인근의 병원들도 하나같이 “메르스 증세가 의심되는 환자는 병원 방문 전 전화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란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이 중 S병원에 직접 전화를 해본 결과 정확한 상담이 아닌 지역의 보건소나 큰 병원으로 가라는 안내를 받았다.수성구 범어네거리 인근의 병원들도 상황은 같았다.범어역 1번 출구와 4번 출구에 있는 총 13군데의 병원을 직접 확인해 본 결과 이 중 9곳의 병원이 “호흡기 증세가 있으신 환자 분께선 병원에 오시기 전 사전에 연락을 주시기 바랍니다”란 내용이 적힌 A4용지를 입구에 붙여 놨다.병원 내 다른 환자들의 불안함도 상당했다. 실제로 취재진이 범어네거리 인근의 한 병원에서 약간의 미열이 있다는 말과 함께 기침을 연출한 결과 병원 내 환자들의 시선이 취재진에게 쏠렸다. 메르스가 아닌가 하는 걱정에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까지 말하는 환자도 있었다.병원 관계자는 “환자에 대한 치료가 우선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메르스의 경우 워낙 전염이 강해 자칫 병원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며 “다른 환자를 위해서나 병원을 위해서나 미열 등을 동반한 호흡기 증세가 있을 경우 지역 보건소나 핫라인의 상담을 받는 게 우선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