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를 앓는 70대 노모를 살해한 사건이 벌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8일 치매를 앓는 어머니를 베개로 눌러 살해한 A(53)씨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A씨는 “부엌에서 넘어져 이마에 혹이 난 어머니를 보고 더 이상의 삶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진술, 치매환자관리에 중대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달에도 치매를 앓고 있는 남편을 4년 간 돌봐온 70대 할머니가 남편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있었다. 고령화사회로 접어들면서 각 가정마다 심각하게 대두되는 문제가 치매환자 관리다. 노년에 맞이하는 치매의 고통은 본인은 물론 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부담과 불행으로 다가온다. 한 가정에서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있으면 24시간 곁에서 꼬박 돌봐야 하는 가족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경제적인 어려움도 커진다. 심한 경우 가족 간의 불화로 이어져 동반자살 등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지는 일도 빈번하다. 정상적인 거동과 인지능력이 부족한 치매노인들은 사회복지시스템의 최우선 보호대상이 되어야 한다. 2012년 집계된 65세 이상 노인 치매비율은 9.1%로 향후 2030년 127만명, 2050년 271만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우리 모두는 예비 치매노인, 잠재적 치매환자나 다름없다. 이런 때에 사회안전망이 가동되어 괴로움을 경감시켜주어야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치매는 퇴행성 질환으로 시간이 갈수록 상태가 악화돼 단순 유지치료에만 최소 10년 이상의 간병이 필요하다. 2013년 전국 치매환자는 53만 명으로 그 중 국가가 지원하는 요양시설과 간병인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14만9000명에 불과하다. 결국 나머지는 가정에서 간병을 하는 셈이다. 치매환자 관리는 이제 한 가족의 문제에서 벗어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치매관리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한 사람의 치매환자에 온 가족이 매달린다. 끝없는 희생을 강요하는 간병에는 제 아무리 깊은 효심도 버티기 힘들다. A씨의 노모는 5년 전부터 치매를 앓았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가 조금만 도와주었던들 친모를 살해하는 끔찍한 짓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 아닌가. 대구시는 전국 최초로 ‘기억카페’를 지정 운영하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A씨의 경우처럼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을 발굴해 지원하는데 더 주력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