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에서 둥지를 튼 4쌍의 다문화 부부가 구청의 배려로 뒤늦게 백년가약을 맺었다. 지난 12일 대구 동구 아양아트센터의 웨딩하모니에서는 관내에 거주하는 4쌍의 다문화 부부를 위한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날 합동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은 함께 살을 맞대고 생활한 지 오래된 이들이다. 짧게는 1년차 신혼부부부터 길게는 13년 된 부부들까지 다양하다. 총 10쌍의 부부를 염두에 두고 합동결혼식을 신청받았는데 다문화 가정에서 총 4커플이 지원해 결혼식을 올릴 수 있게 됐다. 결혼식 자체는 물론 예식 사진과 앨범, 예복까지 결혼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받았다.‘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남편 찾아 이역만리를 날아온 신부들이지만 저마다의 사연들 때문에 그동한 흔한 면사포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했다. 열아홉 나이로 베트남에서 시집온 A(23·여)씨가 대표적이다. A씨는 3년 전 한국 땅을 밟았지만 신랑측의 형편 때문에 곧바로 살림부터 차렸다. 결혼 2년 만에 소중한 첫 아이를 얻은 A씨는 아이가 더 크기 전에 웨딩마치를 올리는 것이 소원이었다. 때마침 구에서 주관하는 합동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에 나섰다.캄보디아인 B(29·여)씨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4년 전 스물다섯. 또래와 비교해 다소 늦은 나이에 한국행 꿈을 이룬 그는 한국인 남편과의 결혼과 동시에 맞벌이에 나서야 했다. 변변한 결혼식은커녕 생활전선에 투입 돼 일과 가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앞만 보며 달려왔다. B씨는 현재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부족한 한국어 실력을 키우기 위해 공부중이다.B씨의 딱한 사연을 전해들은 사회복지센터의 다문화가정 담당자는 한글을 잘 모르는 B씨를 대신해 동구청에 대신 합동결혼식을 신청해줬다.동구청 관계자는 “주변에서 합동결혼식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결혼식에 필요한 여러업체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아서 이날 결혼식을 할 수 있게 됐다”며 “결혼식을 올린 부부들이 행복한 가정을 꾸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