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한 가운데 그가 보여 준 무분별한 행태에 시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대구시와 보건당국의 초동대처 부실과 정보독점도 시민들의 불만을 촉발하고 있다. 복지직 공무원이란 신분으로 봐서 무지한 사람도 아닌데 ‘메르스 진원지’였던 삼성서울병원을 다녀온 사실을 숨긴 채 3주가 넘어서 신고한 사실에 시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대구 남구청 공무원인 A씨는 지난달 27, 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현대아산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도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않는다는 이유로 당국에 신고하지 않았다. 신고 전날까지 정상적인 민원업무를 봤고, 회식 자리에도 참석해 술잔까지 돌렸다. 의심증세로 지난 15일 1차 양성판정을 받기 전까지 예식장, 주말농장, 장례식장, 시장, 식당, 목욕탕 등 이용객이 많은 장소를 두루 다녔다. 심지어 관광버스를 타고 전남 순천으로 여행을 갔다 오기까지 했다고 한다. 어머니와 누나가 이미 메르스확진환자로 판정났으면서 자진신고는커녕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만 골라서 하고 다닌 것이다. 공무원이 이럴 수가 있는가. 삼성서울병원의 책임이 무겁다. 삼성서울병원 방문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는 등 역학조사를 벌였다고 했지만 이틀이나 메르스 전파지인 병원에 머물렀던 A씨를 추적하지 않았으니 대구시에 통보를 했을 리도 없다. 그런가 하면 확진자 발생을 전후해 대구시가 보여준 소통부족은 불안감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A씨가 1차 검사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지난 15일 오후부터 첫 양성판정자가 나왔다는 설이 지역 의료계 등에 파다했으나 시는 해당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언론에 알리지 않았다. 1차 양성 판정결과는 이날 오후 3시께 나왔지만 시는 당일 오후 5시 메르스 관련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도 이를 홈페이지에 반영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시는 언론의 문의가 쇄도하자 7시간이 지난 오후 10시께에서야 관련사실을 공식 확인해 줬으니 횡포가 이만저만 아니다. 오죽하면 대구시의회 정순천 의원이 “시장의 직무유기”라고 질타했겠는가. 확진까지 3주간이나 활보하고 다닌 A씨가 ‘슈퍼전파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현재까지 그의 구체적 동선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도 불안요인이다. 대구가 메르스 참사에 휘말리지 않도록 역량을 결집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