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이 퇴직하면 그 배우자나 직계가족을 우선 또는 특별 채용한다는 내용의 노사 단체협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해당 기업 노사를 사법처리하겠다고 그제 고용노동부가 밝힌 것이 지난 4월의 일이다. 7월 말까지는 노사 자율로 시정을 유도하되, 그 이후에는 노동위원회 의결을 거쳐 시정명령을 내릴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7월이 1주일도 남지 않은 지금 국내 주요 대기업 3곳 중 1곳에서 고용세습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명령을 콧방귀 뀌듯 하고 있음이 틀림없다.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이 있는 매출액 상위 30개 대기업의 단체협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우선채용 규정이 있는 사업장이 11곳(36.7%)에 달했다고 24일 밝혔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고용세습 규정이 있는 기업은 GS칼텍스, SK이노베이션,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오일뱅크, LG화학, 한국지엠, 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 현대제철, LG유플러스 등 11개 기업이다. 모두가 대한민국의 간판기업이고 대재벌들이다. 대재절이 앞장서서 정부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이같은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고용정책기본법과 직업안정법 등에 명시된 고용상 균등처우 규정을 위반하는 항목이다. 민법 103조에 따라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자(또는 장애인)에 대한 우선·특별채용만 예외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아무런 이유없이 오로지 가족이 그 기업에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그 아들이 특례입사하고 다시 세월이 흘러 그 손자가 우선 입사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대기업의 관행이다. 대부분의 회사는 정년퇴직자나 장기근속자 등에 한해 자녀 등의 직계가족의 채용을 우선한다고 규정했다. 한번 자리를 차지하면 자손대대로 직장 걱정없이 살겠다는 심보다. 울산지방법원은 당시 판결문에서 “(고용세습 조항은)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낳아 우리 사회의 정의관념에 배치되며 다수의 취업 희망자들을 좌절하게 한다”고 판시했다. 정부는 우선 8월말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위법한 조항을 개선하지 않는 경우에는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하지만 고용세습에 대한 벌칙도 고작 사측대표와 노조위원장에게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정도다. 갈수록 청년 취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평등권 훼손과 상대적 기회박탈 등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청년취업을 가로막는 고용세습을 입법조치로 타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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