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근로자도 불법체류 여부에 상관없이 노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대법 전원합의체는 그제 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들이 노조 설립을 인정해 달라며 서울지방노동청을 상대로 낸 노조설립 신고서 반려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소송 제기 10년, 대법 계류 8년4개월 만에 나온 판결이다. 너무 늦은 판결이지만 현장에 미칠 파문이 두렵다. 현실과 어긋난 판결의 후폭풍에 대비해야 한다.대법원은 근로자의 개념에 대해 “근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아 생활하는 이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며, 이들이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라고 근로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취업자격이 없는 외국인은 애당초 ‘정상적으로 취업하려는 근로자’에 해당할 수 없다”는 반대 의견도 있긴 했지만 대세는 외국인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줬다.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인 근로자는 약 100만명에 가깝다. 고용허가제를 통해 취업자격을 갖춘 외국인은 작년 6월 기준으로 47만2218명에 불과했다. 결국 외국인 근로자 2명 중 1명은 불법체류자 또는 불법취업자인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이 방치되고 있는 것은 인력난에 애태우는 중소기업의 인력 공백을 이들이 메우고 있기 때문이다. 불법 체류·취업을 단속하면 중소기업 인력난이 가중될 테니 정부가 눈감은 측면도 있다. 그로 인해 법치는 실종되고,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인권 침해 사건은 시도 때도 없이 터진다. 국가 이미지도 훼손된다.이번 판결로 인한 부작용이 염려된다. 특히 중소기업의 걱정이 크다. 외국인 근로자가 노조를 설립, 차별대우 금지를 주장하며 각종 요구를 쏟아낼 여지가 커진 탓이다. 경총도 “산업현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대책을 세워야 한다. 불법체류와 불법취업을 용인하지 않아야 한다. 인력이 모자라면 수입 인력을 늘려야 한다. 정상적인 고용 구조가 구축될 때 안정적인 경제발전도 꾀할 수 있으며, 인권 침해국의 오명도 씻을 수 있다. 그것이 외국인 고용정책이 추구해야 할 방향이다. 결국 현실과 엇갈린 판결이 초래할 파문이 문제다. 정부는 이번 판결이 노동시장에 미칠 파장을 면밀히 점검해 산업계의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적극적인 현장지도에 나서야 할 것이다. 이번 판결로 중소기업이 비명을 지르도록 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