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자살이 줄을 잇고 있는 작금의 현실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복지시대와 국민행복이라는 구호는 요란하지만 현장에 수혈이 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는 중대사라고 하겠다. 허술한 복지체계는 겉돌고 있고, 공적 사회안전망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사각지대에 버려진 빈곤층은 절망에 빠져 결국 목숨까지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소통과 도움을 절실히 원했던 이들의 목소리는 파묻혔다가 죽음 이후에야 우리 사회를 울린다. 그 사연들이 너무나 안타깝고 마음속에 저려온다.
서울 세 모녀 자살 사건에 이어 울산에서 모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모두 밀린 월세도 갚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마땅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40대 무직자도 세상을 등졌다. 이른바 `공감자살`이 들불처럼 번지면서 사회적 쇼크를 일으키고 있다. `나보다 형편이 괜찮은 사람도 죽는데 내가 더 버틸 이유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이 모방 자살을 부른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33분마다 1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현실은 결코 건전한 사회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29명을 기록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으뜸이다. 20년 새 자살률이 3배 이상 껑충 뛰었다. 반대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복지비용은 최저 수준이다. 그러니 빈민층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고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자살충동의 원인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는 비율이 40%에 달하고, 40세 이후가 되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준다고 하겠다.
이제 실효성이 엾는 형식적인 정부 지원 방식을 고칠 때가 됐다. 까다롭고 복잡한 절차로 문턱이 높아진 기초수급 신청과 부양의무 제도를 현실에 맞게 다시 조정해야 하겠다. 일부 광역 지자체들이 사회적 돌봄 시스템 마련에 나선 건 시의적절하나 수동적 지원에 그쳐선 안 된다. 빈곤층과 행정당국을 연결해줄 마을단위 안전망을 서둘러 구축하라. 마을관리자나 집배원, 통·반장, 음료배달원 등이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 현장을 직접 살피고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