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갑 / 교육전문가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교육에서 교원의 자질과 교원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사는 제자들의 미래를 좌우하고 한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기도 한다. 교사의 역할에 따라 한 사람의 장래,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사는 미래의 설계자라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교육을 백년대계라 했다. 우리나라는 이런 정신을 반영해 각종 법제와 정부 대책을 통해 교원이 학생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헌법, 국가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 교원예우에관한규정 등 각종 법규를 통해 교원의 지위와 신분 보장, 예우 등을 정해 놓고 있다.
헌법 제31조는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서는 교육공무원을 법관, 검사, 외무공무원과 등과 함께 특정직공무원으로 정하고 있다.
또한 교육공무원법은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우대되어야 한다.’고 정하고 있으며, 교원지위향상을위한특별법에서는 `교원불체포특권` 등 교원의 지위와 신분보장 등을 폭넓게 보장하고 있다.
심지어 교원예우에관한규정에서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행사에 교원을 참여시킬 경우 좌석배치 등에 있어서 교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도록 정할 만큼 교원 예우를 강조한다.
그런데도 정작 현장 교원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특히 최근에는 교단을 떠나려는 교원이 증가하고, 활기가 넘쳐야 할 교단이 생기를 잃어 우려를 낳고 있다.
올해 교직을 그만두겠다고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이 2월 말 현재 5164명에 달했다. 올해 명예퇴직을 신청한 교원은 지난해 962명에 비해 무려 30%나 증가했다.
그나마 명퇴를 신청한 교원 절반 정도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신청이 반려됐다. 이 때문 교사 임용고시에 합격하고도 발령을 받지 못한 교사가 1000명이 넘을 만큼 ‘명퇴대란’, ‘임용대란’을 겪고 있다.
교단을 떠나겠다고 명퇴를 신청한 교원들에게 열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명퇴 신청이 반려돼 교단에 남은 당사자들의 마음도 편치는 않겠지만, 자녀를 학교에 맡긴 학부모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학부모들은 교원의 열정이 교육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피해가 고스란히 자녀들에게 전가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지금의 실태는 이 나라 교육정책이 백년대계는 고사하고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명퇴 수당과 관련한 교육예산의 부족에 대해 대부분이 무상교육과 보육, 누리과정, 초등 돌봄교실 등 무분별한 교육복지 정책을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이는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다.
국민 여론을 핑계로 무분별하게 선심성 정책을 쏟아 내고, 정치권에 휘둘려 교육정책의 중심을 잃어버린 교육부와 교육청의 무책임과 보신주의가 없었다면 이번 일과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금이라도 책임지지 못할 교육복지 정책의 재검토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교육여건 개선은 고사하고 다른 교육영역의 주름살만 늘릴 뿐이다.
교육복지도 중요하지만 침체한 교단을 활성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교원들이 자꾸만 교단을 떠나려는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야 한다. 교권 실추, 교사의 업무 가중, 그리고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으로의 공무원연금법 개정 움직임이 명퇴 증가의 원인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교원들이 교단을 등지려는 근본적인 원인은 자신들이 교육의 주체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현장 중심의 교육정책, 현장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교단이 지금처럼 흔들리게 놔둬서는 안 된다. 교단이 흔들리면 교육의 둑이 무너진다. 정부가 교단안정과 교직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