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숙 Bill 플러스 회장 아들을 둔 부모님들께 묻는다. 아들이 장성해 결혼할 나이가 됐을 때 며느리 감으로 어떤 여자를 원하는가. 예쁜 여자? 얼굴도 예쁘면서 친정에 돈이 많아 지참금이 많은 며느리? 요즘 흔히 하는 말로 열쇠를 몇 개 갖고 오는 여자? 법조인이나 의사 등 많은 여성이 부러워하는 직업의 여자? 시부모에게 잘 하는 효심이 깊은 며느리? 남편을 하늘처럼 받드는 여자? 결혼 후 아이를 잘 기르고 남편에게도 잘 하는 현모양처형 여자? 결혼 후 돈을 잘 벌어 가계에 도움을 주는 며느리? 시부모의 며느리 감에 대한 기대는 끝이 없을 것이다. 위에 열거한 조건들을 다 갖춘 며느리 감이라면 금상첨화를 넘어 천사라고 불러도 과찬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위에 열거한 조건을 몇 개씩이나 갖춘 며느리 감은 지금 세상에서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예전에는 효부라고 불리는 여성이 많았고, 마을 어귀에 정문(旌門)을 세워주는 열녀도 많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세태가 변하고 그에 따라 여성들의 의식, 특히 결혼에 대한 의식, 결혼 후 시댁 식구들과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자세가 예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요즘의 시어머니들은 며느리와 함께 살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며느리가 아니라 상전이라고 말하는 시어머니도 있다. 투자 자문을 받기 위해 찾아온 어머니들과 상담을 해보면 무서운 며느리가 많음을 알고 놀랄 때가 있다. 상담한 어머니들 가운데는 며느리가 해주는 밥은 모래알을 씹는 것 같을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또 요즘 며느리들 가운데는 시어머니의 `시`자가 아니라 시금치의 `시`자만 들어도 얼굴을 찡그리거나 거부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며느리가 너무 당돌해서 마주 대하기가 두렵다는 어머니도 있다. "어머님, 할 이야기가 있으니 앉아보세요!" 이렇게 명령조로 말하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고 자기 할 말을 남김 없이 쏟아내는 며느리도 많다고 했다.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는 것은 개성이라 치자. 하지만 그 개성이 너무 강하고 당당하게 행동하는 며느리 앞에서 한 세대 먼저 태어난 시어머니는 너무 당혹스러워서 대꾸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이야기란 전해지다 보면 과장되게 마련이고, 또 앞의 예는 몇 천 명 가운데 한 사람이 있을까 말까하는 예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고부 간의 갈등은 시대와 세대를 넘어서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 그럼 며느리를 들일 때 무얼 가장 중요하게 보아야 할까. 옛날에는 며느리로 점찍은 규수에게 이런 문제를 냈다고 한다."쌀 한 말로 어떻게 하면 일 년을 먹고 살 수 있겠는가. 지혜를 짜 보아라."한 가정에서 쌀 한 말로 식구들이 일 년을 어떻게 먹고산단 말인가. 규수들은 각자 지혜를 짜내 대답을 할 것이다.규수 1 : 물을 많이 붓고 죽을 쑤어서 식구들이 나누어 먹어야지요.규수 2 : 나물이라든가 시래기 등을 넣어서 양을 많게 해 오래 버텨야지요.규수 3 : 한끼는 쌀밥을 해서 든든히 먹은 다음 남은 쌀로 떡을 만들어 시장에 가서 팔아 그 돈으로 쌀을 사오겠어요. 그리고 그 쌀로 또 떡을 해서….이쯤 되면 어느 규수가 며느리 감으로 합격인지 금세 알았을 것이다. 한 말밖에 되지 않는 쌀을 먹어 치우고 다시 쌀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니거나 동냥을 하는 며느리보다는 쌀(재산)을 증식할 줄 아는 규수가 그 집안에 필요한 며느리인 것을. 즉 생산적인 여자가 며느리 감으로 합격점을 받게 된다. 옛말에 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그 집안이 흥한다고 했다. 어떤 며느리를 얻느냐에 따라 집안의 흥망이 걸려 있다는 게 옛 어른들의 생각이었다. 새 며느리가 들어와 시부모님께 효도하고, 동기간에 우애 있고, 살림을 알뜰하게 하면 망했던 집안도 다시 일어선다고 믿었다.며느리가 잘 들어와야 집안이 잘 된다는 사람들의 생각은 현대에도 바뀌지 않았다. 다만 시대가 바뀌고 세태가 변하면서 가정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며느리가 어떻게 해야 화목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현대는 알뜰한 소비나 저축만으로 재산을 불려나가기가 힘든 시대다. 소비를 줄이는 것은 좋지만 전혀 소비를 하지 않고 알뜰하게 살림을 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에 맞춰 살기가 힘들다. 소비를 하지 않으면 기업이 발전하지 못하고,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 또 가장에게만 가계를 맡기는 시대는 지났다. 또 그렇게만 하는 것은 남자를 혹사시키는 행위다. 따라서 며느리로 들어온 여자, 즉 집안의 안식구도 생활전선에 나가 남편을 도와야 한다. 물론 물질만이 최고의 가치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부모님에 대한 효성이 지극해야 하고, 동기간에 우애가 깊어야한다. 이웃을 배려하는 마음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더 잘 이뤄질 것이다. 내게는 남매가 있다. 아들은 결혼해 분가했으며 딸은 이제 초등학교 6학년이다. 남매를 키우면서 내가 느끼고 체험한 것은 아들에 대한 교육보다 딸에 대한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딸은 평생 내가 데리고 살 아이가 아니다. 장성하면 다른 가문으로 가서 그 집 식구가 돼야 한다. 잘 가르쳐서 보내야 친정에서 교육을 잘 못 받았다는 수치스런 말을 듣지 않는 다. 딸에게 중요한 교육은 첫째가 인성교육이고 다음은 경제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투자 자문을 하고 있어서인지 딸애가 서너 살이 됐을 때부터 경제교육을 실시했다. 물론 인성교육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딸애는 유치원도 들어가기 전에 저축의 중요성을 배웠고, 그 다음에는 주식을 통해 기업에 기여하고 자신의 재산도 증식하는 방법을 익혔다. 딸애는 소액이지만 두 기업의 주주가 돼 있고, 수익도 많이 났음은 앞의 칼럼에서 밝힌바 있으니 줄인다. 한 가지 덧붙일 것은 이제 열두 살밖에 안 된 아이가 사업을 한다는 사실이다. 그 애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고 소질이 있는데 초콜릿을 만들어 온라인 회원들에게 판매를 하고 있다. 회원이 500명이 넘는다고 한다.나는 딸애에게 용돈을 주지 않는다. 용돈을 달라고 하면 왜 줘야 하는지 이유를 대라고 한다. 용돈을 주지 않는 대신 문제지를 완벽하게 풀면 상금을 준다. 그렇다고 그 상금이 모두 용돈은 아니다. 그 돈의 90%는 저축을 하게 했고, 저축한 돈을 모아서 주식을 사게 했다.아들이 장성하자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나는 중매는 싫으니 연애하는 여자가 있으면 데려오라고 했다. 아들이 여자를 데려오자 나는 "왜 숨겨 놓고 지금까지 말을 한 했느냐"고 핀잔을 주었다. 아들은 "3년을 지켜보았더니 어머니의 며느리로서, 제 아내로서 부족함이 없음을 알고 데려왔다"고 말했다. 자세가 반듯하고 아름다웠으며 제 집에서 잘 배운 여자라는 판단이 들었다. 둘이 행복하게 살고 있고, 시부모에게도 극진하다. 요즘은 아들이 좋은 여자라고 데려오면 부모는 약간 흠이 있어도 결혼을 허락한다. 맘에 안 들어도 자식 이기는 부모 어디 있느냐는 식으로 넘어간다. 지들이 좋아서 잘 살면 그만이지 부모가 무슨 간섭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아들이 이혼하지 않고 잘 살아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다는 부모가 많다. 며느리의 조건은 시부모님 공경하고 남편에게 잘 하고 가족 간에 화목하면 그만이지 뭘 더 바라냐고 한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난 여기에 하나를 덧붙인다. 경제적인 안목이 있는 여자라야 그 가정이 더 행복할 수 있다. 쌀 한 말을 앉아서 먹어치우기보다는 밖에 나가 뛰어서 늘리는 수완이 있는 여자, 좋은 욕심을 많이 가진 여자를 며느리 감으로 더 많은 점수를 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