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지 / 뉴시스 국제부 기자집단적 자위권 행사 문제를 신속히 매듭지으려고 2년 전 중의원 선거 때 제시한 법률 제정 공약을 철회하고 북한 미사일과 핵 개발, 중국 군비 확장을 핑계로 우경화 행보를 이어가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난달 29일 북한이 납치 피해자 문제를 재조사하고 일본은 북한 국적자 입국 금지 등 독자적 대북 제재 조치의 일부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고 전격 발표했다.성과 없이 끝날 것으로 예상됐던 스웨덴 스톡홀름에서의 사흘에 걸친 북·일 외무성 국장급 회담에서 반전 드라마 같은 이번 북·일 납북자 문제 합의는 최근 아베 내각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마지막으로 던진 정치적 승부수라 할 수 있다.일본 아사히(朝日) TV가 지난달 24~2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아베 내각의 지지율은 지난 3월 조사 때보다 12.3%포인트 급락한 45.7%로 나타났다. 이는 아베 총리 취임 후 최저치로 아베 내각이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추진해온 것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득세한 때문으로 해석됐다.위안부 문제로 발목 잡힌 우경화 행보, ‘아베 미스테이크’라는 비난과 함께 갈림길에 선 아베노믹스까지 연이어 공약 실천에 차질을 빚은 아베 총리는 또 다른 공약인 납북자 문제를 이번에 해결함으로써 북·일 수교라는 외교적 성과까지 거둬 한국과 중국을 견제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장기 집권의 기반까지 다지겠다는 의도에서 이번에 북한과의 합의에 무리하게 나섰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아베 총리가 심각한 지지율 하락 속에서 처음으로 돌파구로 삼았던 것은 지난 4월 막대한 정부 부채를 줄여 재정을 균형으로 돌려놓겠다며 단행한 소비세 인상이었다. 하지만 과거 일본 총리 2명이 경제에 소비세 부담을 지웠다가 물러났던 전력이 있다. 이번 역시 소비세에 다른 요인이 가세하면서 경기가 하락해 일본 민심이 아베 총리에 등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다.이처럼 침체에 빠진 일본 경제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베 총리가 유엔 결의안도 준수하지 않는 가장 불투명한 북한을 상대로 이뤄낸 이 합의가 아베의 의도대로 추락하는 지지율을 되돌릴 마법의 카드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상당수 전문가들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게다가 일본이 북한과 독자적으로 교섭해 이뤄낸 이번 합의의 이행 과정에서 양측이 문구 해석 차이, 이행의 진정성을 둘러싸고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승부수가 북핵 국제 공조에 균열을 가져오는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은 그래서 더욱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