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숭호 / 언론인친구 = 지금 필요한 건 국가개조가 아니라 국회개조라는 말이 있더군. 지난주 어느 신문이 그렇게 썼더라고. 세월호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가 기본적인 사항조차 합의를 못하고 있다며 말이야. 맞는 말 같지 않아?나 = 언젠 안 그랬나. 국회가 국민 마음에 드는 일 먼저 알아서 한 적 있나? 민생에 꼭 필요한 건 이상한 구실 앞세워 뒤로 미루기 예사인데다 자기네 이익이 걸린 사안은 국민 모르게 슬쩍 처리하고, 온갖 특권은 다 누리고…. 국회개조가 아니라 국회폐지론도 부족할 걸?친구 = 나도 어떨 때는 이런 국회가 왜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 엊그제 팽목항에서 열린 국정조사도 야당만 참석하는 바람에 파행으로 끝났잖아. 그러면서도 서로 상대방 탓으로 이유를 돌리더군. 실종자 가족들이 아무 대책도 없이 여기 뭘 하러 왔냐며 야당의원들을 개 꾸짖듯이 꾸짖었다는데 그런 대접 받아 싸다고 봐. 나 = 국회의원들 제일 큰 잘못이 뭔지 알아?친구 = 잘못이 한두 개여야지. 잘한 건 찾아볼 수도 없고.나 = 책임은 안지고 권한만 누린다는 거야. 나라는 법을 바탕으로 해서 돌아가는데, 국회의원의 책임은 그 법을 만드는 것이지. 아니 국회의원의 책임은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라고 해야겠다. 무슨 일이 터진 후 사후대책으로 법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무슨 일이 터지지 않도록 미리 대비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하는 게 국회의원의 책임 아닌가? 그런데 그런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냐? 아니지? 일 터진 후 공무원들이나 기업인 불러 앞뒤 안 맞는 호통이나 치는 게 전부인 것 같지 않아? 친구 = 맞아. 국회의원과 공무원 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법도 우물쭈물하면서 뒤로 미뤄오더니 이번에도 처리 안 하고 또 다음으로 넘겼지. 그 이유가 웃겨. 이 상태로 통과되면 공무원들은 친척이 주는 선물도 받을 수 없게 된다고 말한 국회의원도 있어. 법 적용 대상에 교원과 언론인을 포함시킨 건 또 뭐냐. 자기네만 당할 수 없다며 물타기한 거잖아. 나 = 작년 정기국회에서도 세 달 동안 법안 한 개도 처리 안 하다가 예산안 통과시키면서 한꺼번에 수백 개를 처리했잖아. 법안을 제대로 읽어나 봤을까 싶어. 그렇게 무더기로 법안을 넘기니까 미비한 법률이 시행되고 그 결과로 세월호 같은 참사가 발생하는 거 아니겠어?친구 = 그때도 국회무용론에 이어 국회유해론까지 나왔지. 예산안을 제대로 처리한 것도 아니었지. 지역구 사업 끼워넣기, 선심예산, 쪽지예산이 난무하는 바람에 꼭 필요한 사업이 사라지거나 축소된 게 비일비재했다고 하잖아. 이런 국회는 쓸모없을 뿐 아니라 나라에 해악만 끼친다는 비판이 얼마나 컸냐. 나 = 간혹 국회의원들을 사석에서 만나면 국회의원 제대로 하시오, 이게 뭐요? 일은 안 하고 특권이나 챙기려 하고, 민생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따라 소신 없이 싸움질이나 하고…, 이렇게 비판을 하면 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더라고. 전부 그런 건 아닙니다, 우리 국회의원 중에 정말로 나라걱정 국민걱정하면서 열심히 일하는 분이 많습니다. 누구라고 말은 못 드리지만…. 이런 답변 웃기지 않아? 나는 열심히 했소. 나는 제대로 된 국회의원이니 그런 비판에서 제외해주시오라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하는 거잖아. 친구 = 어쩌면 김지하씨가 예전에 오적을 쓰면서 국회의원의 원자까지 인원 원이 아니라 원숭이 원자로 썼지만 그 이후 지금까지 달라진 게 별로 없는 것 같아. 나 = 그런 것 같아.*員-인원 원, 猿-원숭이(잔나비) 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