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 지속될 것 같았던 `인비 천하(天下)`가 막을 내렸다. 박인비(26·KB금융그룹)의 세계랭킹 1위 타이틀은 59주 연속에서 멈췄다.박인비는 지난2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갤러웨이의 스톡턴 시뷰 골프장(파71·6155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마지막날 최종합계 7언더파 206타 공동 8위에 머물렀다.무서운 기세로 톱랭커 탈환을 노리던 스테이시 루이스(29·미국)는 최종합계 16언더파 197타를 기록, 우승을 차지했다.지난주 발표된 롤렉스 세계랭킹 포인트에서 박인비는 평점 9.58점을 얻어 1위, 루이스는 평점 9.36점을 얻어 2위를 차지했다. 박인비와 루이스의 격차는 0.22점에 불과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은 최근 2년(104주)간 선수들의 성적을 바탕으로 매긴 점수를 출전 대회 수로 나눈 평균점수에 따라 산정한다. 최근 13주 동안의 대회 성적에 가중치를 두고 있는데 루이스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뒤집기에 성공했다.`살아있는 전설` 아니카 소렌스탐(44·스웨덴)이 세운 60주 연속 1위 기록에 도전하던 박인비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물론 최다 연속 1위 기록은 로레나 오초아(멕시코·158주)가 갖고 있다. 청야니(25·대만)도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9주 연속 1위를 달린 바 있다. 박인비가 60주 연속 1위에 욕심낼 이유는 없다.지난해 4월15일 박인비에게 세계랭킹 1위 자리를 내준 뒤 59주 연속 뒤에서 바라봐야 했던 루이스는 예전의 영광을 되찾았다.박인비는 지난해 여느 때보다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63년 만에 LPGA 투어 3연속 메이저 우승을 일군 것을 포함해 2013년에만 6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1위에 오른 것은 물론 2년 연속 상금왕과 목표했던 올해의 선수상도 받았다.그러나 올해의 행보는 지난해만 못했다. 시즌 초반 2개 대회를 건너 뛴 박인비는 올시즌 첫 출전이던 혼다 타일랜드 준우승, HSBC 위민스 챔피언스 공동 4위 등 꾸준히 성적을 냈지만 9개 대회에서 우승을 건지지 못했다.킹스밀챔피언십까지 건너 뛰며 시즌 3개 대회를 불참해 세계랭킹 포인트 획득에 불리할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지난주 에어버스 클래식에서는 컷탈락의 수모도 맛보았다. 세계랭킹 1위 타이틀 방어에 욕심이 없다는 박인비였지만 지난주 컷탈락은 충격적이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열린 LPGA투어 공식 인터뷰에서 퍼팅에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사실 퍼팅의 문제만은 아니다. 박인비는 올해도 라운드당 평균 퍼트수 28.91개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컴퓨터 퍼팅을 자랑하고 있는 박인비이지만 퍼팅 전까지 가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 대회 코스 전장은 더욱 길어지고 있고 그 만큼 그린에 올리기에 부담이 되고 있다. 지난해 16위의 그린적중률(72.6%)을 보인던 박인비는 올해 49위(70.3%)까지 미끄러졌다.그동안 짓눌렀던 마음의 짐을 덜게 됐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부담감에서 벗어나 한결 편하게 대회에 임하게 됐다. 지난해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향한 주위의 시선을 털어낸 뒤 선전을 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지난해 6월 US여자오픈 이후 약 1년 간 우승이 없다. 세계랭킹 1위를 위한 우승이 아니라 예전 감각을 찾기 위한 우승이 필요한 시점이다.다음주 예정된 매뉴라이프 파이낸셜 클래식은 2012년 준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대회다. 박인비가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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