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희수(喜壽)에 이르고 보니 인생무상을 절감하게 된다.
청춘으로 되돌릴 수 없는 인생길, 저녁노을에 물든 황혼을 바라보며 쉼 없이 달려온 생애를 뒤돌아보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노령에 인생을 숙제처럼 여기지 않고 축제처럼 즐기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세상이 원하는 기준이 아니라 내 기준으로 나답게 살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좋아하는 일을 하며 멋지게 사는 삶이란 어떤 삶일까? 최근 떠오른 주제다.노벨문학상 수상자 앙드레 지드는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고 했다. 인간은 누구든 늙게 마련이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자연 현상이지만 아름답게 늙는다는 건 개개인의 선택 사항이자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아름다운 늙음은 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주변을 살펴보면 그냥 늙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아름답게 늙는 이는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만큼 아름답게 늙기란 어렵고도 힘든 과제다. 아름다운 노령의 삶은 윤택해 보이기도 한다. 건강이 없으면 모든 것을 다 갖춰도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혁신의 아이콘’ 스티브 잡스(1955~2011)가 이를 말해 준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이 삶의 의미이자 목적이며 인간 존재의 총체적 목표”라고 했다. 건강한 육체와 건강한 정신으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가운데 후회 없는 죽음을 맞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모습이 아닐까 한다.내 나름 ‘마이 웨이(My Way)’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남성 평균 수명인 83세까지 산다고 치면 살아갈 날이 10년이 채 안 된다. 사람은 청소년과 장년을 거쳐 고용 정년, 일(직장, 사업)의 정년, 인생 정년 즉 죽음 등 세 번의 정년을 맞는다고 본다. 사반세기 전 직장 정년이 끝난 이후에 했던 경제 활동은 짧고 보잘것없었다. 하지만 취미 활동과 사회 공헌 활동은 다양하고도 지속적으로 한다. 몸과 혼을 바쳐 일한 직장에서 능력과 실적을 무시한, ‘이럴 수가!’ 하는 퇴행적 인사 관행 때문에 지천명을 갓 지난 나이에 극심한 우울증으로 (강제) 명퇴 당하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몸과 정신이 피폐해졌으나 온갖 노력 끝에 병원 도움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며 사회 공동체에서 활동할 수 있는 현실이 나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영육 간 건강을 유지하며, 하고 싶은 일 하고, 먹고 싶은 것 먹으며, (쉽지 않지만) 가고 싶은 곳 가고, 실용적인 것과 시대 상황에 필요한 것 배우며, 누구에게 손 내밀지 않고, 주변 눈치 살피지 않고, ‘노(No)’ 해야 할 때에는 ‘노’라고 하며 사는 삶이 바람직한 삶이라는 생각이다.‘무소유’의 법정(法頂) 스님은 “우리는 자신의 꿈과 이상을 저버릴 때 늙는다. 세월은 우리 얼굴에 주름살을 남기지만 우리가 일에 대한 흥미를 잃을 때에는 영혼이 주름지게 된다”고 했다. 하지만 초대받지 않은 이 세상에서 살다 간 흔적은 남기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그것이 곧 인간이 아등바등 살아가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소박한 소망은 인생 정년에 다다르기 전에 버킷리스트를 끝내는 것이다. 수필집, 자서전, 시집의 3종 세트 발간이 그것이다. 서재가 있고 건강과 열정이 있는 한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마이 웨이’는 미국의 유명한 가수이자 배우 프랭크 시나트라의 히트곡 제목이기도 하다. 일에 치여 살던 직장생활 시절의 ‘빨리 빨리’를 탈피하고, 스스로 만든 중·장기 계획에 따라 ‘액티브 시니어’의 면모를 유지하며 목표를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서산대사(休靜)는 ‘인생’이란 시에서 “세상살이 다 거기서 거기요”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라고 읊었다. 트로트 가수 금잔디의 노래 ‘여여(如如,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처럼 살다가 떠나는 인생길에 잘난 인생, 못난 인생 큰 차이가 없는 듯하다.저녁 식사 때면 가끔 마이 웨이와 여여, 민요 등을 듣고 따라 부르기도 하면서 외로움을 날리며 ‘파이팅!’을 외쳐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