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이 또 한번 `분열의 땅`이 될까 두렵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정즤 신규원전을 놓고 찬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는 탓이다.정부가 신규 원전 짓겠다 발표하자 유치를 희망하는 주민들은 결사찬성을 외치고 있다.문제는 원전을 놓고 극에 달한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만 간다는데 있다.영덕군은 1989년부터 4차례나 핵시설 후보지로 선정됐다. 1989년과 2003년, 2005년 중·저준위방사성폐기물 처리장, 2010년 천지원전 등이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갈등과 반목을 겪었다. 천지원전 후보지로 선정됐을 시기인 2015년 11월에는 주민투표를 통해 92.7%가 반대해 문재인 정부인 2021년 건설이 백지화되기도 했다.▣환경단체 ‘탈핵 투쟁’ 선언정부가 신규 원전 2기 건설을 강행 하자 시민단체들이 탈핵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치하는엄마들, 참여연대를 비롯한 전국 154개 시민단체들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기자회견에서 “현 정부 핵발전 정책 기조는 한국 사회 안전과 민주주의, 기후정의, 동북아시아 평화의 미래를 송두리째 위협하고 있다”며 비상시국을 선언했다. 이들은 “노후 핵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핵발전소 추가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정부 정책 기조는 발전원 선택에 대한 단순한 에너지 정책 논쟁의 범위를 넘어, 시민의 생명과 존엄, 미래를 걸고 벌어지는 정치적·사회적 위기”라고 했다.단체들은 “정부는 ‘탈탄소’ ‘전력 수요 증가’ ‘인공지능(AI) 산업 육성’ 등 언어를 앞세워 핵발전 필요성을 맹목적으로 강조하지만 핵발전 사고의 위험, 방사성 폐기물 문제, 지역에 미치는 장기적 피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송배전망 충돌 문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전력 수요 관리 실패와 산업 정책의 무능을 뒤로한 채 가장 위험하고 비민주적 방식인 핵발전으로 문제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단체들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즉각 해임, 신규 원전 건설 계획 전면 중단, 재생에너지 확대와 지역 분산형 전원 체계를 중심으로 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이재명 대통령과의 직접 대화 등을 요구했다.단체들은 원전 중심 정책이 지역을 희생시키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지적했다. 이상홍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원전은 과학이라는 말 뒤에 숨는 순간, 에너지 정책의 정치적 책임은 사라지고 지역의 희생만 남는다”면서 “핵발전은 결국 특정 지역의 삶을 담보로 유지되는 구조적 폭력”이라고 했다. 노진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정부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 공모와 선정을 서두르며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의 발전 정서를 이용해 핵발전 정책을 밀어붙이려는 전략”이라고 했다.앞서 정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실시한 원전 관련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자가 많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밝혔다.탈핵시민행동은 성명에서 "토론회와 여론조사 어디에서도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 문제와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 기준과 입지 갈등, 사고 발생 시 주민 보호와 책임 문제 등 핵심 쟁점은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 반대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30여년간 영덕군이 핵시설 후보지로 거론되며 주민들 간 갈등이 심해졌고, 2015년 주민투표에서 "원전 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는 이유다.`영덕핵시설저지30km연대`는 지난 10일 오전 영덕로하스수산식품지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십년간 영덕은 핵시설 후보지로 거론돼 지역의 민심은 갈라지고 갈등으로 깊은 상처만 남았다"며 "신규 핵발전소 졸속 여론조사를 즉각 중단하고, 건설 계획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연대의 이름에 30km를 단 이유는 방사능 누출 사고가 날 경우 우선적으로 보호조치를 시행해야 하는 범위이기 때문이다. 현행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방사능방재법)` 제20조2에서 발전용 원자로와 관계시설이 설치된 지점으로부터 20km~30km를 `방사선 비상계획구역 중 긴급보호조치 계획구역`이라고 정하고 있다. 영덕군에서 반경 30km는 포항시와 청송군, 영양군 등이 해당된다.아직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나오지 않았고, 향후 총회에서 논의한다. 현재 연대의 카카오톡 대화방에는 주민 36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연대는 "1989년부터 영덕에 드리운 핵시설 유치의 역사가 올해까지 37년이며, 거쳐 간 군수만 10여명이다. 관선 군수들은 모두 군민들과 함께 중앙정부에 맞서 핵폐기장 반대 투쟁에 힘을 실었지만, 민선 4번째 군수인 김광열 현 영덕군수는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신규 핵발전소 부지 신청을 제출할 속셈"이라고 했다.연대는 "2015년 핵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는 공론의 광장이었고 민주주의 그 자체였다"면서 "당시 후쿠시마 핵사고가 우리에게 남긴 교훈을 새겨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공론을 모았는데, 이런 사회적 합의를 정부와 지자체는 졸속 여론조사를 앞세워 파괴하려 하냐"고 비판했다.▣진보당 정혜경 의원 원전 재검토 해라진보당 정혜경 국회의원은 지난달 26일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포함된 신규 원전 건설을 계획대로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과장된 ‘AI발 전력 부족 프레임’은 원전 확대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신규 원전 계획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기자단 브리핑에서 신규 원전 추진 방침을 재확인한 것을 두고 “정부가 원전 확대의 필요성만 일방적으로 강조하며 전력 수급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정 의원은 정부가 AI·반도체·전기차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원전 확대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는 “과장된 전력 부족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스스로 GPU 26만 장을 모두 가동하더라도 추가 전력 수요는 약 0.5~1GW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이는 2030년까지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확대만으로도 충분히 대응 가능한 규모”라고 주장했다.정 의원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약 100GW로 확대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존 계획을 언급하며 “산업 구조 변화에 따른 전력 수요 역시 이미 계획된 재생에너지 정책 범위 내에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 아니었느냐”고 반문했다.그는 ‘AI발 전력 부족론’이 반복되는 배경으로 전력 총량 문제가 아닌 수도권 집중 구조를 지목했다. 정 의원은 “전국 단위로는 전력이 남아돌지만 수도권은 포화 상태이고 비수도권은 공급이 남는 상황”이라며 “이는 원전 확대가 아니라 전력 수요 분산과 지역 성장 전략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 의원은 “에너지저장장치(ESS)와 전력망 운영 기술 등 대안은 이미 확보돼 있다”며 “재생에너지의 안정적 활용은 기술 문제가 아니라 투자와 인프라의 문제”라고 밝혔다.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동시에 확대할 경우 전력망 충돌과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출력 조절이 어려운 원전과 간헐적인 재생에너지가 함께 늘면 전력 수요가 낮은 시기에 대규모 전력 과잉이 발생한다”며 “원전 가동률 저하는 발전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요금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정 의원은 “국내 원전은 애초 출력 조절을 고려해 설계되지 않았고, 무리한 출력 운전은 안전성 저하 우려도 있다”며 “신규 원전 확대는 재생에너지 간헐성을 보완하기는커녕 대정전 가능성과 전기요금 인상을 동시에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끝으로 그는 “문제의 본질은 전력 부족이 아니라 수도권 집중 구조”라며 “외딴 지역에 원전을 추가 건설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덮으려는 접근은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를 위협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충분한 의견 수렴과 공개 논쟁’ 발언을 언급하며 “불확실한 전력 수요 전망과 형식적 공론화를 근거로 신규 원전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정 의원은 “정부는 신규 원전 계획을 즉각 재검토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 수요 분산, 지역 균형 전략을 중심으로 한 책임 있는 전력 정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기사제공/대구광역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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