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로 연일 목청을 돋우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에는 “서울 집값 욕 많이 먹는데 대책이 없다”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듯싶더니 지난달 말에는 “부동산 정상화는 5천피(코스피 5000)나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며 느닷없는 자신감으로 돌변했다. 경기지사 시절의 최대 성과로 내세우는 계곡 불법 시설 정비와 국정 과제의 하나인 코스피(종합주가지수) 5000 달성을 들이대며 집값 잡는 것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한 것이다.하지만 계곡 정비는 원래 경기 남양주시 실적이란 의혹이 제기된 지 오래다. 신동욱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조광한 전 남양주시장이 해 놓은 것을 본인이 가로챘다는 것을 국민은 다 알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 대통령은 “시장 불법과 부정이 판치던 주식시장을 정상화해 5000피 시대를 개막했다”고 자랑했지만 실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경제 성장과 기업 실적 호조 등에 힘입은 정상적 강세장이라기보다 정부가 돈 풀어 조장한 유동성 팽창과 국민연금 주식 투자 확대 덕이 컸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게다가 반도체와 로봇 등 인공지능(AI) 관련 업종 일부만 주가가 치솟아 동학개미들은 공전의 불장에서도 태반이 웃지 못하는 신세다. 그렇게 쉬운 일을 왜 여태 안 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마디로 ‘근자감’이란 얘기다.그런데도 이 대통령의 발언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처음에는 다주택자들을 겨냥하더니 ‘똘똘한 한 채’와 임대주택 등으로 전선을 확대하는 모양새다.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제도’를 더 이상 연장하지 않겠다고 못 박고, “(유예 기한인) 5월 9일까지 집을 파는 게 유리할 것”이라며 조언인지 협박인지 헷갈리는 말도 했다.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도 안 된다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게 이익일 것"이라고 강조하는가 하면, “임대사업자 등록만 하면 집을 사 모을 수 있다는 것도 이상하다”며 임대사업자제도도 손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여당이 압도적 다수로 국회를 장악하고 있는 만큼 대통령은 뭐든 밀어붙일 힘이 있다. 그러나 아무리 무소불위의 대통령이라도 정책은 합리적 논리와 타당한 목적이 전제돼야 한다. 아울러 자신과 주변부터 본을 보여야 설득력이 있다. 이 대통령은 다주택자들이 집값 폭등의 주범인 양 몰아붙이지만 청와대 참모진과 장차관을 비롯한 고위직들부터 다주택자에 똘똘한 한 채 갈아타기가 숱하다. 힘없는 서민들만 윽박지를 처지가 결코 아니다. 임대사업자도 전월세 공급자로서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키는 순기능은 외면하고 악으로만 규정해선 곤란하다.이 대통령이 실거주하지 않는 본인 사저도 비난거리다.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대 대통령 누구도 대통령 취임 후 청와대 관저로 옮기면 살던 집을 팔라고 요구한 사실이 없다”고 감쌌지만 이 대통령은 사정이 다르다.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느라 2022년 5월 주소를 옮기고도 계속 갖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아파트는 재건축 기대 등으로 그새 시세가 6억 원이나 올랐다.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2030년까지 무려 8년이나 실거주가 아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는 실거주 아니면 팔라고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이다.국민 모두 “망국적 부동산 투기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겠다”는 이 대통령을 응원한다. 하지만 유능한 지도자라면 무조건 정책의 선의만 내세우기보다 실효성도 따져야 한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실거주 아니면 매매 자체가 안 된다. 실수요자들까지 자금줄을 꽁꽁 묶어 놓고 집 안 판다고 으르는 건 억지다. 설령 무리수가 통해 집값이 잡힌다 해도 현금 동원력 있는 부자들만의 잔치일 뿐이다. 이 대통령은 얼토당토않게 야당이나 언론을 투기 옹호 세력으로 몰았다. 그가 말하는 “수십만 다주택자의 눈물이 안타까우신 분들”은 도대체 누군가? 마귀, 유치원생, 짐승 같은 험악한 말투도 볼썽사납다. ‘부동산 정책이냐, 부동산 정치냐’는 비아냥과 함께 6·3 지방선거 표몰이용이란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왜 좌파만 집권하면 집값이 폭등하나? 가진 자 때려잡는 갈라치기로 규제를 남발하고 ‘표(票)퓰리즘’으로 돈을 마구 풀어 시장을 한껏 왜곡해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정부 만능주의’가 주범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권이 수없이 대책을 쏟아내며 그때마다 큰소리쳤지만 모두 부동산으로 폭망했다. 5천피나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다는 이 대통령의 호언장담이 못 미덥고,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그래서다. 국민이 재산의 80% 가까이를 담아 두고 있는 부동산을 공깃돌 놀리듯 함부로 다루는 것도 문제다.시장 왜곡으로 멸망한 로마제국과 프랑스 혁명정부가 반면교사라면, 1980년 대 말 극성스럽던 투기를 신도시로 잠재운 노태우 정부는 귀감이다. 이 대통령은 시장지향적 정책으로 망국병을 치유한 시대의 영웅이 될 것인가, 아니면 편가르기로 망국의 주역이 될 것인가의 기로에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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