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국가 체제는 입법, 사법, 행정의 삼각축이 견제와 균형을 통해 그 골격을 지탱한다.
대한민국도 80여 년전 건국 이래 극심한 갈등과 분열, 대립과 투쟁의 과정을 거치고 조정과 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면서도 이런 기본적 틀은 유지하며 지내왔다.
특히 국가나 개인의 대소 사안에 대한 법률적 심판과 판단의 기능을 담당하는 사법부는 골격과 운영 체제의 급속한 변화를 자제하고 기본 정신과 업무 체계를 존중해 왔다.
사법부의 판단은 나라, 사회, 기업, 개인의 명운이나 명예 또는 존립 여부를 판가름하는 중차대한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건국 이후 줄곧 3심제로 유지되던 재판 제도를 사실상 4심제로 바꿔 버린 재판소원제와 판검사의 기소나 판결을 트집 잡아 형사 처벌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법왜곡죄 도입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
심사숙고와 제대로 된 논의나 여론수렴도 전혀 없었다.
이들 법률 시행 첫날부터 향후의 전개 과정을 예상하게 하는 황당한 일들이 잇따라 벌어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들 법률을 만들고 시행하는 궁극적 목적을 알 사람은 다 안다. 나라의 법, 제도, 관행을 오로지 그들 세력의 우두머리 한 사람과 그 집단 관련자들의 무사 안녕을 위해 뒤집으려는 속셈이다.
살아가면서 사회의 부조리를 절감하고 때로는 좌절하는 현상 중의 하나가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無錢有罪)’다. ‘돈이 모든 것을 말한다.
(Money talks.)’는 서양 속담과 통하는 표현으로, 돈이 있으면 있는 죄도 덮을수도 있지만 없으면 설사 결백해도 입증이 어려워 혐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얘기다.
돈 대신에 권력 권(權) 자를 써도 같은 의미다.
사회생활에서 법적인 문제는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가장 필요한게 경제력 또는 권력이다.
법이나 제도적으로 유능한 조력자와 경험 많은 대리인을 쓰면 법적 다툼에서 이길 확률이 크고, 설령 지더라도 처벌 등의 불이익을 경감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재판소원제 시행 첫날부터 대법원 판결 확정을 이미 받은 사건을 헌법재판소로 가져가 다시 심판받겠다는 신청이 폭주한다고 보도됐다.
짐작컨대 세상의 사건 당사자는 대부분 사안의 진실 여부와 관계없이 본인은 결백하거나 억울하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동안은 세 번의 심판을 거쳐 나온 결과에 승복할 수밖에 없었으나 앞으로는 기회가 주어진 만큼 누구나 한 번 더 심판받으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최종 판단을 완전히 뒤집거나, 비록 뒤집지는 못해도 불이익을 경감시키기라도 시도 해 보려는 게 인지상정일 것이다.
유무죄와 시시비비에 대한 결론으로 개인이나 집단의 운명과 장래를 결정하는 사법적 판단의 결과를 뒤집거나 완화할 기회가 한 번 더 주어졌는데도 포기하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여기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돈과 권력이다. 누구나 나라에서 가장 유능한 변호인을 찾으려 할 것이고, 막대한 비용이 드는 것은 불문가지다.
반면 경제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회 자체를 살릴 수 없으므로 평생의 한으로 남을 수도 있다.
당사자로서는 ‘무전(권)유죄’로 치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옳고 그름이나 사회적 정의의 판단이 경제적 능력의 유무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 구도다.
다만 이 제도를 일찍 시작한 독일에서는 최종 결과가 뒤집히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이런 법안들을 밀어붙인 사람들의 사고와 논리로는 만약 사실상의 4심제로도 본인들의 숨은 의도가 관철되지 않는다면 염치 불고하고 5심제도 불사할지 모른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모임(공취모)’이란 해괴한 조직에 100명도 넘는 민주당 의원이 가담한 것만 봐도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국가의 번영을 최우선으로 도모해야 할 집권 세력이 대통령 한 사람의 사법 처리를 막기 위한 방탄에 급급해 엉터리 법률들로 사법 체계를 마구 짓밟는 형국이다.
그 통에 세계 역사상 유례없이 빠른 성장으로 선진국 반열에 오른 대한민국의 사회 정의가 무너져 다시 그렇고 그런 ‘유권(전)무죄 무권(전)유죄’의 나라로 전락한다면 민족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