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이(40·삼성 라이온즈)가 한 번의 실수로 불명예스러운 은퇴를 하면서 많은 것을 잃고 말았다. 박한이는 27일 오전 차량을 운전해 자녀를 등교시킨 뒤 귀가하다가 오전 9시께 대구 수성구 범어동 인근에서 접촉사고를 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이 매뉴얼에 따라 음주측정을 한 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65%로 측정됐다.음주운전 적발 직후 박한이는 “책임을 지겠다”며 은퇴를 선언했다.KBO리그 현역 최고령 선수로 활약하던 박한이가 올 시즌 들어 최고의 하루를 보낸 뒤 일어난 일이다. 박한이는 26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9회말 2사 1, 2루의 찬스에 대타로 나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역전 끝내기 2루타를 작렬, 삼성의 4-3 역전승을 이끌었다. 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를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26일 경기 후 자녀의 아이스하키 운동을 참관한 박한이는 지인들과 늦은 저녁을 먹는 과정에서 술을 마시고 귀가했다고 밝혔다. 다음날 아침 숙취가 남은 상태에서 운전대를 잡았는데 이것이 씁쓸한 은퇴의 원인이 됐다. 박한이는 먼저 구단에 은퇴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삼성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안타까웠지만, 그의 은퇴 결정을 만류할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박한이는 삼성을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다. 2001년 삼성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 무대에 데뷔한 박한이는 올해까지 19년 동안 삼성에서만 뛰었다. 삼성 유니폼을 입고 가장 많은 우승 반지를 낀 선수다. 삼성에서 7차례(2002·2005·2006·2011·2012·2013·2014) 우승을 맛봤다.꾸준함의 대명사다. 데뷔 첫 해인 2001년 117개의 안타를 친 것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16년 연속 세 자릿수 안타를 때려냈다. 통산 2174안타를 쳐 역대 안타 3위에 올라있다. 2003년에는 170개의 안타를 쳐 최다 안타 1위에 올랐고, 2006년에는 89득점을 올려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젊은 선수들에 밀려 입지가 좁아졌지만, 올 시즌 한 번도 1군 엔트리에서 빠지지 않았다. 그만큼 활용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결정적인 순간에 해결사로 나서며 베테랑의 관록을 보여줬다. 박한이는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40세가 돼 은퇴 시점을 고민하던 박한이는 삼성에 남아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로 했다.한 팀의 상징적인 존재가 된만큼 박한이의 성대한 은퇴식은 당연한 수순으로 보였다. 또 그의 등번호 33번은 영구결번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하지만 음주운전으로 은퇴를 선언하면서 이 모든 것을 한 순간에 잃었다. 19년 땀의 세월이 허망해지고 말았다.지도자로 가는 길도 험난해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를 충실히 수행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지도자로서 그라운드에 복귀하는 것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한이는 “징계, 봉사활동 등 어떤 조치가 있더라도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