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성매매 집결지인 자갈마당이 4일 철거에 들어가면서 11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지난달 31일 대구시가 자갈마당을 포함한 중구 도원동 3-11일대 1만9080㎡에 주상복합단지를 짓는 개발 사업을 승인함에 따라 본격적인 작업에 돌입했다. 철거를 앞둔 4일 오전 자갈마당 골목 곳곳은 시행사 직원, 여성단체 관계자, 취재진 등으로 북적였다. 평소 한산하던 낮 풍경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곳의 성매매 업소들은 지난해 개발사업 논의가 본격화되며 문을 닫기 시작해 지난달 말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 철거 작업자들은 큰 소리로 카운트다운 10초를 센 뒤 ‘60호 업소’를 굴착기로 부수기 시작했다. 수많은 사람이 거쳐간 건물은 요란한 소리와 함께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행사로부터 자활지원금 등을 받지 못한 일부 종사자들은 먼발치에서 이를 지켜봤다. 이날 자갈마당 철거 소식에 도원동 일대 주민, 상인 등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인근 아파트에서 만난 주민 최모(35)씨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철거 소식이 반갑다”면서 “지금은 아내와 둘이 살고 있지만 나중에 아이가 생겼을 때를 생각해서라도 자갈마당은 없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또 다른 주민 임모(77·여)씨 역시 “밤에 자갈마당 근처를 지날 때마다 위험해 보였다”며 “당연히 진행돼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도원동에서 70년을 살았다는 신모(75)씨는 ‘격세지감’이라는 단어로 심정을 표현했다.신씨는 “옛 자갈마당은 그야말로 전국에서 남자들이 몰려오는 곳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특히 성탄절 등 연말이면 사람들이 엄청나게 모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주변 상인들은 복잡한 심정을 내비쳤다.자갈마당 근처에서 10년간 세탁소를 운영한 김모(63)씨는 “과거 자갈마당에 일하던 사람들이 우리 세탁소나 인근 금은방, 식당, 미용실 등을 많이 이용했다”며 입을 열었다.그는 “자갈마당은 2004년 무렵 성매매 방지 특별법과 점차 쇠락했다”며 “철거로 인해 상권이 당장 큰 타격을 받는 건 아니지만, 영향이 없다고도 할 수 없다”고 했다. 40년 넘게 자갈마당에 있었다는 박모(78·여)씨는 “지금 환갑을 바라보는 아들이 초등학생일 때 이곳에 왔다”며 “공장에서 밤낮 근무해도 돈 벌기가 어려워 자갈마당에서 일을 시작했고 지금껏 현관 보는 일, 밥 짓는 일 등 안 해본 것이 없다”고 했다.박씨는 또 “직접 가게를 얻어 운영한 적도 있지만 아가씨 구하기가 힘들고 집세 내기도 빠듯해 그만둔 게 1년이 다 돼간다”며 “일찍 자갈마당을 떠난 탓에 시행사에서 지원금을 받지 못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자갈마당 민간개발 시행사 도원개발은 철거 작업 후 늦어도 오는 9월 주상복합단지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신축될 주상복합단지는 지하 6층, 지상 49층 규모로 아파트 886가구와 오피스텔 256실이 공급된다. 준공 예상 시기는 오는 2023년 3월이다. 도원개발 관계자는 “아직 매입하지 못한 건물 약 3곳에 대해 협의 매수, 매도청구 소송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분양은 오는 8~9월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한편 자갈마당은 1908년 일제에 의해 조성된 성매매 업소 집결지다. 비가 오면 진흙밭이 되는 습지를 돌로 메워 자갈마당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한때 100개가 넘는 업소에서 성매매 여성 700여명이 종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