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은 사치죠. 방은 창문도 없이 꽉 막혀 여름에는 딱 죽을 맛입니다”대구의 한 쪽방촌에서 거주하는 A(50대)씨는 “사방이 막힌 곳에서 속옷 하나 걸치고 폭염을 견뎌야 한다”면서 “목욕 시설은 남녀공용이라 몸을 자주 씻기가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여름철 한 끼를 챙기는 것도 A씨에게는 버거운 일이다. A씨는 “방안에서 가스버너를 이용해 음식을 조리해야 하니 밥을 물에 말아 대충 끼니를 때우는 게 대부분”이라며 “무료급식소에 가서 밥을 얻어먹기도 한다”고 했다.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쉬운 취약계층의 건강과 생명 보장을 위해 대구 시민단체가 두 팔을 걷어붙였다. 대구쪽방상담소와 인권운동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반(反)빈곤네트워크는 11일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취약계층의 근본적인 폭염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반빈곤네트워크는 기자회견문을 내어 “취약계층의 폭염은 생존권의 문제다. 반지하와 고시원, 쪽방 등은 환기조차 어려운 밀폐된 구조로 내부온도가 외부온도보다 높다”면서 “폭염의 열기를 선풍기 한 대로 감당하기에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반빈곤네트워크는 “매년 반복되는 폭염 대책을 넘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폭염 특별 재난지구 선포’, ‘취약계층 건강권 실태 조사’, ‘임시 거주시설 제공’ 등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온열질환자 발생 추이’ 자료를 살펴보면 최근 8년(2012~2018) 동안 전국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연평균 1716명이다. 이중 매년 17명이 온열 질환으로 숨졌다. 대구는 같은 기간 연평균 48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0.7명이 목숨을 잃었다. 문제는 온열질환자 발생이 여름철 평균기온과 폭염 일수에 따라 비례한다는 점이다. 반빈곤네트워크는 지구온난화로 매년 기온이 상승하면서 올해는 지난해보다 온열질환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대구의 온열질환자는 2014년 21명에서 지난해 122명으로 5년 사이 5.8배가량 증가했다. 유경진 대구쪽방상담소 상임활동가는 “중앙정부와 대구시가 홈리스와 쪽방촌 주민 등을 대상으로 폭염 대책을 펼치고 있지만 온열질환자는 매년 늘고 있다”면서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해 국가 차원의 대응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