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의 급여 외에 근로자가 받는 특별성과급은 임금인가, 아닌가. 특별성과급, 경영성과급 등으로 불리는 성과급은 이른바 잘 나가는 우량 기업에서는 비교적 흔하다. 통상적인 월급, 즉 계약으로 정해진 임금 외에 특정 기간의 기업 이윤을 종사자들이 고루 나누는 것이다. 경영 판단의 하나다.
경영성과급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법원 판결 하나가 새로 나왔다. 통상의 급여 외에 근로자가 받는 경영성과급은 임금이 아니라는 판결인데, 이런 결론이 처음은 아니지만 판결 논리가 명확하다. LX판토스 퇴직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연금 부담금 청구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이 내린 1심 결과다. 18년간 근무한 정년퇴직자가 회사를 상대로 낸 미지급 임금과 퇴직연금 부담금 청구 소송이었다.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이 회사의 경영성과급(PS PI)에 대해 의미심장한 규정을 했다. 성과급이라는 것은, ‘회사의 수익 발생이 지급의 전제 조건이며, 영업이익 발생 등을 조건으로 회사 수익 중 일부를 근로자에게 사후 배분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근로자가 제공한 근로와 직접적 또는 밀접한 관련이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동시에 성과급이 단체협약, 취업규칙, 급여규정 등에 지급의 근거와 조건이 명시되지 않은 데다 지급률도 기본급의 110~650%로 편차가 커 예측성이 없었다는 점도 판단의 근거가 됐다. 다른 말로 하면 성과급 지급의 재량권이 회사 측에 있다는 점을 법원이 확인한 셈이다.사실 성과급을 둘러싼 논란은 근래 여러 회사에서 빚어지고 있다. 법적 다툼도 빈번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회사도 이 문제로 1, 2심 재판을 마쳤거나 일부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한 회사에서 두 건이나 재판을 진행 중인데, 한 건은 회사 측이 이겼고 다른 한 것은 회사가 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이후 놀라운 이익을 내면서 3만30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올해 받는 성과급이 평균 1억원을 넘는다고 해서 최근에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성과급이 일종의 임금인지, 다른 차원의 경영 성과물인지가 핵심이다.회사마다 사정과 각론은 조금씩 다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성과급은 큰 틀에서 보면 비교적 간단한 사안이다. 일부 공기업처럼 매년 일정 수준으로 예외 없이 반복적으로 지급되고, 산정과 지급의 구체적인 방법까지 사내에 명시돼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이 좋은 기준이 될 것이다. 무엇이 성과급인가, 어디까지가 성과급인가에 대한 이번 판결의 판시 내용은 상식적 합리적이고 논리적이다. 그래서 타당성이 있다.어떻든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여부를 놓고 법원마다 제각각 다른 판결을 내놓기는 이제 정리돼야 한다. 상황의 최종 매듭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이에 대한 논란을 조기에 합리적으로 매듭 지워야 제2의 통상임금 혼란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래야 산업 현장의 불필요한 혼란도 줄일 수 있다.이번 서울중앙지법의 판결, 기업과 산업이 처한 실상, 나아가 냉엄한 경제 현실을 잘 인식해 대법원은 바람직한 결말을 이른 시일 내에 내야 한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긴 논쟁과 반복된 노사 간의 줄소송 법적 다툼으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얼마나 컸던가. 여진은 아직도 남아 있다.기업 현실을 보되, 민간 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볼 필요가 있다. 민간 기업의 경영성과금을 통상적인 평균 임금에 포함해 버리면 앞으로 기업은 성과급 자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대법원이 잘 인식할 필요가 있다. 기업 경영자 처지에서는 이익이 좀 났다고 바로 성과급을 줄 염두가 나지 않을 수 있다. 이게 평균 임금에 들어갈 때 부수적 부담도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법의 소송 건도 그렇다. 이런 판정에서 잘 인식해야 할 점은 근로자를 위한다는 것이 자칫 근로자의 실질적 보상(임금)을 제도적으로 줄여 버릴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근로의 대가’와 ‘경영의 성과 배분’을 구별하는 것이다. 물론 근로의 대가(성)라는 것은 추상적인 개념이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현실에서도 사안에 따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는 모호하다. 경영의 성과 역시 이 개념만 떼어 두고 엄밀히 따지면 그럴 수 있다.그럼에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잘 원용해 기준을 잘 마련할 필요가 있다. 법원, 특히나 대법원의 존재는 이렇게 중요하고 역할과 책무가 막중하다. 이런 사정이니 더불어민주당이 대법관 증원을 통해 대법원을 장악하려고 했던 것일 테다. 일단 수면 아래로 내려간 것처럼 보이지만 유명한 베네수엘라 케이스를 방불케 하는 대법관 증원 시도의 불씨가 다 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경영학계나 노동경제학계도 이런 문제에 좀 더 천착해야 한다. 성과급의 평균 임금 포함 여부 문제는 기업의 재무, 퇴직금 계산, 휴업수당과 재해보상 등에 직접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격 격차 해소 노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와 규정 못지않게 산업 현장에 미칠 파장이 크다. 그렇기에 학계가 앞서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불필요한 갈등 요인을 줄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