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덕 부산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어느 사회, 단체, 조직에서도 편가르기는 생긴다. 각종 인연, 이념, 성향, 취향 또는 이해관계에 따라 편을 만들어 자기편은 감싸고 상대편은 미워하거나 적대시하는 등의 행태를 보이고 나아가 상대를 타도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발휘하기도 한다. 그래서 틀이나 명분 등으로 대립적인 구도를 만들어 양분하고, 반대편은 말살해 버리거나 차별성을 만들어 적으로 규정하고 타도나 제거의 대상으로 둔갑시킨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편과 상대편을 구분하는 명칭 또는 색깔이 필요해진다. 즉, 프레임으로 적과 아군을 가르는 것이다.프레임 만들기는 인간 사회의 보편적 현상이긴 하나 우리나라는 좀 특별하다. 역사적으로 조선 시대의 정치는 당쟁의 연속이었다고 볼 수 있다. 동서남북의 위치에 인연해 네 편 내 편으로 가르고 다시 노소로 분할해 어느 편에라도 속하지 않고는 살아남지 못하는 풍토였다. 상대편을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 적대감, 증오심, 선악의 틀뿐만 아니라 명분까지 내세워 내부 결속을 다지고 반대로 상대방을 악마화하며 스스로 증오심을 키우는 수법을 사용했다. 우리(나)는 정당하고 바르고 대의명분이 있는 반면 상대방은 정반대이거나 나쁠 수 밖에 없어야 하는 구조다.돌이켜보면 조선 시대의 편가르기는 오늘날의 현상과 비교하면 양반(?)에 속한다. 우선 편(당파)의 명칭부터가 지금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그때에는 똑같은 계층을 정치적 입장에 따라 동서남북으로 나누는 수준이었으나, 일제 강점기 이후로는 선과 악이나 체제와 이념을 이용한 구분법이 등장했다. 해방 직후의 친일·반일 프레임이 바로 그렇다. 당시 좌파는 자기편이 아닌 상대방은 어떤 꼬투리를 잡아서라도 친일파로 악마화해 고착시켰다. 대표적인 예가 평생 반일 독립 투쟁 지도자였고 건국 후에는 대통령으로 일본에 대해 ‘평화선’이라는 어업금지선을 일방적으로 선포한 후 실제로 강행한 이승만의 친일파 만들기다. 그 음모가 꽤 성공적으로 작동해 상당수 세대가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친일파로 인식하고 있는 실정이다.그 후에는 독재 대 반독재 또는 민주 대 독재, 통일 대 반통일 등의 프레임으로 꽤 재미를 봤다. 이런 프레임을 만들고 이용하는 세력은 한국에서는 주로 좌파다. 그들은 오랫동안 통일을 애타게 부르짖으며 반대편을 반통일 세력으로 규정하고 매도해 왔으나 최근 북한이 ‘한반도 2국가’를 선언하자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입을 꾹 닫았다. 자기들의 과거 행동과 투쟁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가 일체 없었던 건 물론이다. ‘아니면 그만’이라는 사고방식과 프레임 만들기로 떳떳지 못한 목적을 어떻게든 달성하려는 가증스러운 위선의 진면목이다.근래의 프레임 만들기 성공작으로는 극우 프레임을 들 수 있다. 좌파에 비해 행동이나 참여도 면에서 상대적으로 소극성을 보이던 우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를 경험한 이후 적극적이고 참여적인 모습으로 변하자 좌파는 이들에게 극우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웠다. 프레임에는 상대성이 있는 법이지만 극우의 반대 개념인 극좌라는 용어나 프레임은 별로 들어보지 못했다. 좌파는 정치 상황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는 국민을 오로지 연령이나 성별 등으로 갈라 자기편이 아니면 매도하거나 희화화하며 소기의 정치적 효과를 얻고 있다. 머리는 참으로 비상한 사람들이다.가장 최근의 ‘내란 프레임’은 그중에서도 월등한 작품이다. 지난해 말의 비상계엄 사태를 놓고 여론은 분분하게 엇갈리고 있으나 비상계엄 시도 자체는 현직 대통령이 단행할 수 있는 합법적인 조치임에 틀림없다. 이 시도가 제대로 실행되지 못하고 대통령 본인이 탄핵되면서 순식간에 내란이라는 프레임으로 굳어졌다. 대통령이 자신과 나라에 반기를 들어 내란을 시도했다는 어처구니없는 프레임을 비상계엄 사태라는 용어와 비교하면 천양지차의 정치적 효과를 발휘한다. 과연 탁월한 프레임 만들기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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