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박노균 기자] 국가유산청이 고령 무형문화재 보유자들의 실연 및 전수교육 실적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승수 의원(국민의힘, 대구 북구을)이 국가유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4 공개행사 점검사업 결과보고서’와 ‘90세 이상 보유자 전수교육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보유자 상당수가 실질적인 전승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유산청은 이를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현행 ‘무형유산의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 제17조는 국가유산청이 무형유산 보유자를 지정하고, 이들이 전승교육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무형유산 보유자는 같은 법 제25조에 따라 전수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제28조에 따라 매년 1회 이상 공개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김 의원이 확보한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 보유자 상당수가 이미 실연이나 교육 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태임에도 이에 대한 실질적인 관리나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93세 A보유자는 건강상의 이유로 지난해 정기공연에서 배역을 소화하지 못했다. 당시 공연을 참관한 전문가는 “실제 연행할 수 없을 정도로 노쇠해 명예보유자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고서에 남겼다.94세 B보유자는 본인이 실연이 어렵다는 점을 인지해 행사 경비를 감액해 신청했다. 평가보고서에도 “초고령으로 전통 제작의 다양한 기능을 직접 실연하기 어려웠으며 실연 수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최근 2년간 전승교육 실적도 제출하지 않았다. 91세 C보유자의 경우 공개행사에는 참석했으나 실연은 하지 않았다. 보고서에는 “고령으로 더 이상 연행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 담겼고, 해당 보유자가 속한 단체도 2년간 전수교육 실적을 내지 않았다.이러한 사례들은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무형유산 전승 관리 전반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관리·감독 기능이 유명무실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무형유산 보유자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검토 없이 형식적인 평가만 반복되는 것은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는 행위다. 실제로 무형유산 보유자의 평균 연령은 2025년 기준 75.8세로, 2021년의 73.9세에 비해 약 2세 높아졌다. 전체 보유자 172명 중 70~80대가 121명(70.3%)에 달하며, 90대도 12명이나 된다.보유자가 아예 없는 종목도 6종목으로, 전년 대비 1종목 증가했고, 보유자가 단 1명뿐인 종목은 34개로 2종목 감소했지만 여전히 전승의 위기를 보여준다. 이는 무형유산 전승과 지속 가능성에 심각한 ‘빨간불’이 켜졌음을 의미한다. 김승수 의원은 “고령화되는 전승 환경에 맞는 관리 체계를 설정하지 않으면 전승의 명맥이 끊길 수 있다”며, “오랫동안 무형유산의 맥을 이어온 보유자들은 명예보유자 지정 등으로 그간의 노고를 예우하되, 국가유산청은 종목 전승이 이어질 수 있도록 실질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이어 “무형유산 전승은 국가의 정체성과 민족의 얼을 지키는 핵심 정책”이라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으로서 무형유산 지킴이의 마음으로 제도 개선과 정책적 지원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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