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원전 유치는 영덕군의 새로운 출발점이다.   그러나 진정한 시작은 원전이 들어서는 순간이 아니라 군민의 권리와 지역의 이익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에서 출발한다. 원전은 수십 년 동안 지역과 함께하는 국가사업이다. 그만큼 군민들이 감수해야 할 환경적·사회적 부담도 크다. 따라서 원전 이후의 행정은 사업을 지원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군민의 권리를 지키고 더 많은 지역발전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 행정의 가장 중요한 책무가 되어야 한다. 선배 원전지역은 이미 답을 보여주고 있다. 고리와 월성, 울진의 주민들은 행정이 만들어 준 조직이 아니라 스스로 단체를 만들었다. 농민은 농민대로, 어업인은 어업인대로, 축산인은 축산인대로 각자의 이해와 권익을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때로는 행정과 부딪쳤고, 사업자와 치열하게 협상했다. 그 과정에서 발전지원금은 늘어났고, 주민지원사업도 확대됐다. 지금의 원전지역이 누리는 각종 지원은 주민들의 끊임없는 요구와 협상의 결과이지, 누군가의 선의로 주어진 선물이 아니다.   영덕도 같은 길을 걸어야 한다.하지만 최근 지역사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원전 유치 이후 행정이 주민단체 구성까지 주도하려는 움직임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단체는 군민이 필요에 의해 자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행정을 견제할 수도 있고, 사업자를 상대로 당당하게 요구할 수도 있다.   반대로 행정이 앞장서 단체를 만들고 운영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 조직은 독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더욱이 군정을 도왔던 인사나 특정 세력이 중심이 된다는 인식까지 더해진다면 주민단체는 군민 전체의 권익을 대변하기보다 특정 세력의 조직으로 비쳐질 우려를 피하기 어렵다.   실제 그런 오해만으로도 주민 간 신뢰는 흔들리고, 행정의 공정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행정이 주민을 조직하는 순간 주민은 행정을 견제하기 어려워진다. 주민단체가 존재하는 이유는 행정의 하부조직이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군민의 권익을 지키기 위해서다.   행정의 역할은 명확하다.주민단체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주민단체가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원전 관련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원자력 분야 퇴직 전문가와 법률가, 회계 전문가 등을 자문단으로 구성해 주민들이 전문적인 협상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주민들이 사업자를 상대로 더 많은 지원을 요구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이지, 주민의 목소리를 하나로 관리하는 것이 행정의 역할은 아니다.   특히 조주홍 영덕군수는 초선 군수라는 점에서 더욱 신중해야 한다.행정 경험이 부족할수록 현장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듣고, 기존 원전지역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군수가 가장 먼저 챙겨야 할 것은 원전사업의 속도가 아니라 군민의 신뢰다. 사업을 성공시키는 군수보다 군민의 권리를 끝까지 지켜낸 군수로 기억되는 것이 훨씬 큰 성과다.   무엇보다 발전지원금과 주민지원사업은 ‘혜택’이 아니다. 원전을 받아들이는 지역이 감수하는 위험과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며, 군민 모두가 누려야 할 권리다. 행정도, 사업자도 이를 시혜적 지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영덕의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행정이 아니다.  군민이 자유롭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환경이고, 그 목소리에 행정이 힘을 실어주는 구조다. 행정이 군민 위에 서려는 순간 원전은 갈등의 씨앗이 된다. 그러나 행정이 군민의 든든한 협상 파트너가 될 때 원전은 지역발전의 기회가 된다. 신원전 시대 영덕의 주인은 행정도 아니고 사업자도 아니다.오직 군민이다. 영덕군이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군민을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군민이 스스로 조직하고 스스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것이야말로 원전과 지역이 진정으로 상생하는 첫걸음이며, 영덕의 미래를 여는 가장 올바른 행정의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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