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 대관식`을 준비하던 자리에 이상 기류가 나타났다. 올림픽 챔피언을 가리는 12명의 여자 피겨스케이팅 심판진은 유독 김연아(24)에게만 `현미경 판정`을 들이댔다. 김연아는 20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소치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74.92점을 획득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39.03점에 예술점수(PCS) 35.89점을 얻어 2위 아델리나 소토니코바(러시아·74.64점)와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74.12점)를 근소하게 앞섰다. 이날 김연아가 받아든 74.92점은 지난해 12월 올림픽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섰던 국제 무대인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받은 73.37점보다 1.55점이 높은 점수다. 김연아는 당시 한 차례의 더블악셀 점프 도중 손을 집는 실수를 하고도 73.37점을 받았다. 이날 흠잡을 데 없는 완벽한 연기를 펼친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인색한 점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굳이 지난 1월 국내에서 열린 종합선수권에서 받은 80.60점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고개가 갸우뚱 거리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피겨 점수는 기술점수(TES)와 예술점수(PCS)를 더한 것에 감점(Deduction) 여부를 포함시켜 매겨지는데 김연아의 예술점수는 35.89점이었다. 2013세계선수권에서 받은 33.18점과 마지막으로 출전한 `골든 스핀 오브 자그레브`에서 받은 35.00점보다는 높지만 현저하게 높았던 다른 선수들에 비하면 수긍하기 힘든 점수다. 2위에 랭크된 러시아의 소트니코바는 예술점수로 35.55점을 챙겼고, 3위 코스트너는 무려 36.63점을 받았다. 예술점수는 프로그램의 완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평가한다. 스케이팅 기술에 동작의 연결·연기·안무·곡 해석 등 5가지 등이 평가 요소다. 정해진 기술의 판단 여부를 가리는 기술점수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심판의 주관적인 해석이 이뤄질 가능성이 많은 부분이어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에서도 상대적으로 박한 점수를 받았다.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3회전 콤비네이션 점프를 완벽하게 소화하고도 수행점수(GOE)로 1.50점을 받았다. 4년 전 밴쿠버 대회 당시 같은 점프에서 2.0점의 GOE를 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0.5점의 차이를 안고 뛴 셈이다. 소토니코바는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1.60점의 GOE를 챙겼고 코스트너도 같은 점프에서 1.50점을 받았다. 트리플 러츠에서의 잘못된 날의 사용 지적이 끊이지 않은 리프니츠카야도 1.10점을 얻었던 점을 감안하면 김연아의 점수는 박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정재은 ISU 기술심판은 "이번 올림픽은 단체전도 그렇고 점수의 일관성이 없다. 김연아까지는 전반적으로 점수가 짠 편이었다. 하지만 이어 코스트너의 예술점수는 과할 정도로 높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트니코바와 김연아의 첫 점프만 봐도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점프가 더 어려운데 트리플 토루프-트리플 토루프를 뛴 소트니코바에게 가산점을 더 많이 줬다"며 김연아에게 들이댄 현미경 판정에 아쉬움을 남겼다. 뿐만 아니라 스텝시퀀스에서의 점수도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올 시즌 한 번도 레벨 4(포)를 놓친 적 없던 것과 달리 한 단계 낮은 레벨 3(스리)를 부여 받았다. 지난해 3월 세계선수권에서도 스텝시퀀스에서 레벨 4를 챙겼고, `골든 오브 자그레브`에서도 어김없이 최고 단계인 레벨 4를 인정받았지만 이날 테크니컬 패널 3명은 레벨 4를 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재은 심판은 "스텝시퀀스에서 김연아가 스리콤보턴이라는 것을 하는데 흔들렸다. 양쪽 방향으로 턴을 해야 하는데 삐긋하면서 레벨 4를 못받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아가 상대적으로 적게 받은 점수는 연기 순서와 무관하지 않다. 굵직한 국제대회를 건너 뛴 김연아는 세계 랭킹 29위 자격으로 올림픽에 참가했다. 출전자 가운데 랭킹이 15번째여서 비교적적 앞 순서인 3조 5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현저하게 수준이 낮은 선수들 뒤에 뛰다보니 점수에서 불이익을 피하기 어려웠다. 뒷 조에서 높은 점수들이 쏟아진 것이 방증한다. 리프니츠카야(25번째)와 아사다(30번째)보다 앞서 연기를 펼치며 심리적으로 불필요한 긴장감을 느낄 필요는 없었지만 상대적으로 점수에서의 손해를 봤다. 이튿 날 예정된 프리스케이팅에서는 맨 마지막 순서로 뛰게 된 점은 그런 점에서 다행이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조추첨에서 가장 마지막인 24번째 순서를 뽑아 4조 6번째로 뛰게 됐다.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하는 김연아가 예상치 못한 `현미경 판정`을 실력으로 극복하고 존재감을 입증할 수 있을지 전 세계 피겨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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