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대통령 선거는 1987년 체제 이후 대한민국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보여주는 풍향계가 될 것이다.내년 대선에서 우파 후보의 승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것은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의 실정에 대한 유권자들의 분노가 커졌고, 우파 후보로 거론되는 윤석열의 지지율도 고공행진을 계속해왔다. 국민의힘 지지율도 민주당과 경쟁하는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어 드디어 탄핵의 후유증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압승도 이런 분위기에 일조했다.하지만, 우파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만드는 요소들도 많다.우선 문재인의 지지율을 들 수 있다. 문재인 지지율은 한때 30% 중반까지 떨어지기도 했지만 머지 않아 40%대를 회복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에게 표를 던졌던 지지층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이다. 5~6% 정도 떨어져나갔던 지지층은 지지를 유보했다기보다 지지 표명을 유보했다가 원위치한 것으로 보인다.문재인은 직선제 개헌 이후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리고, 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정권 연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문재인 정권에 대한 분노의 성격도 문제다. 현 정권의 실정에 대한 분노가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과연 현재 집권세력 자체에 대한 거부인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2019년 가을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조국 퇴진 시위 현장에서 필자는 가두서명을 받았다. 이때 어떤 60대 여성과 대화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평생 자영업에 종사하다가 장사가 너무 안되어 가게를 접고 쉬고 있다는 이 여성이 “나라가 왜 이 지경인지 설명 좀 해달라”고 말을 걸어와 대화를 하게 됐다.이 여성은 최저임금 대폭상승에 대해 “그것 때문에 죽겠다”고 말했고, 탈원전에 대해서는 “원전이 불안한 것은 사실 아니냐”는 의견이었다. 이 여성과 여러 현안에 대해 대화해보고 느낀 것은 이 여성이 문재인 정권의 여러 정책에 불만을 느끼고 있지만 그게 이 정권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는 것이었다.간단히 말해 그 여성은 문재인 정권의 통치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거의 전적으로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특히 경악했던 것은 대화의 말미에 이 여성이 한 발언이었다. “저는 지난번 대선에서 홍준표를 찍었어요” 즉 이 여성은 흔히 말하는 강경 보수 성향의 유권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권의 정치적 정당성을 인정하고 있었던 것이다.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을 찍었다는 50대 전문직 남성과 대화해본 적도 있었다. 문재인의 최저임금 대폭인상이나 탈원전, 친북종중 반미반일 스탠스에 대해 이 남성은 “문제가 있다”고 선선히 인정했다. 하지만, 이 남성의 결론은 “그래도 문재인 정권을 지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다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스스로도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런 점에서 최근 여론조사회사 글로벌리서치의 발표를 살펴보자. 20대 여성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1%라는 결과로 충격을 주었던 조사다. 이 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 ‘정권 교체가 되어야 한다’는 응답율이 52%에 불과한 반면, ‘정권을 유지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답변은 68%에 이른다.즉,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정권교체 욕구는 미약한 반면, ‘우리 정권을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욕구는 훨씬 강하다는 얘기다. 이는 대한민국 정치가 여전히 탄핵의 자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보다 근원적인 지점에서 분석하자면 이는 87년 체제의 필연적인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계속><출처 : 펜앤드마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