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말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내년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비공개하기로 했다.최근 4년 새 세 번이나 자문회의 심의를 통한 주요 R&D 예산 심의가 기형적으로 이뤄지면서 법적 절차인 자문회의의 주요 R&D 심의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과기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2027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으나, 예산 규모 등에 대해 추가 논의를 거쳐 확정할 필요가 있어 정부 R&D 예산 편성안 확정 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정부 R&D 예산은 과학기술기본법에 따라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민간 전문가와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마련하면 자문회의가 심의·의결을 거쳐 확정하고, 기획예산처에 6월 말까지 결과를 제출한다.자문회의 심의를 거치면 예산 규모나 전반적인 편성 방안 등이 공개되는데, 이번에는 아직 규모가 확정되지 않았다며 비공개한 것이다.이번 결정은 국가재정전략회의가 R&D 예산 심의 후인 내달 중순 열리면서 규모 확정을 하지 못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국가재정전략회의가 과기자문회의의 R&D 예산 심의 전에 열리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과기자문회의는 지난해에도 국정기획위원회가 이재명 정부 국정운영 방향이 담기지 않았다며 보완을 요청해 26조1천억원 규모 주요 R&D 잠정안을 우선 통과시킨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에는 심의 이틀 전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나눠먹기, 갈라먹기식 R&D를 제로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지시로 R&D 예산안을 심의하지 못해 처음으로 제출 법정기한을 넘기기도 했다. 이처럼 자문회의 심의 절차가 계속해 무력화하면서 일각에서는 예산당국의 R&D 예산 편성 권한이 더욱 강력해지는 것 아니냔 해석도 나온다.올해 1월 혁신본부와 기획처는 혁신본부가 주요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 기획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기획처 R&D 예산편성 과정에도 혁신본부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이를 놓고 과학기술계에서는 예산처가 초기부터 주요 R&D 예산 편성에 관여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 혁신본부의 심의 기능이 후퇴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이경수 과기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예산당국이 시스템 개혁 절차를 진행 중이어서 심의를 비공개한다"며 "향후 충분한 계획 추가와 각 정부 부처의 심의의결 준비를 거쳐 8월 중순에 계획되고 있는 최종 R&D 규모 전체를 기획예산처와 과기정통부가 공통으로 보고하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