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수칙을 담은 지자체 안전 안내문자와 함께 투표일이 밝았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와 재보궐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는 15일 오전 대구지역 각 지역구 투표소에는 투표권을 행사하려는 시민들로 이른 아침부터 북적였다. 하지만 이전 선거 때와 달리 코로나19가 휩쓴 이번 투표일에는 마스크를 쓴 시민들과 첫 참정권을 행사하는 만 18세 등 전례 없던 모습들도 포착됐다.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진풍경…‘마스크’ 이번 선거에는 후보들은 물론 유권자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선거 기간 내내 소통해야 했다.이날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마스크를 쓰고 입구에서 발열체크 한 뒤 일회용 비닐장갑을 착용했다. 이 같은 모습들은 감염예방에 대한 올바른 대처로 비쳐졌다.달서구 월성동 최귀순(72·여)씨는 “이제껏 이런 (비대면)선거는 처음 겪었다”며 “대구에서 확진자들이 많이 나와 이러다 총선은 치르겠나 싶더라. 그래도 시민 모두가 의연하게 잘 견디고 있는 것 같다. 투표소에 비닐장갑 같은 것도 준비해 놓고…”라며 웃어보였다.또 남구 이천동 김수복(74·여)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안에서 손 소독하고 비닐장갑도 꼈는데 오히려 더 위생적이고 좋은 것 같다”며 “다음 선거에도 계속 이렇게 하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 중 선거 치러… 어린 자녀 동반 꺼려법정공휴일인 선거일에는 가족들이 함께 투표소를 찾거나 어린 자녀에게 ‘국민 참정권’에 대한 교육의 기회로 삼는 부모들의 모습도 흔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젊은 세대 부모들이 어린 자녀는 가급적 동반하지 않는 모습들이었다.달서구 상인동 상원중을 찾은 한 30대 부부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영화를 틀어주고 얼른 다녀올 생각이다”며 “집에 애들만 있어 마음이 급하지만 (투표는 해야 하니까). 들어갈 때 아이스크림 사서 가겠다고 애들과 약속했다”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투표소를 찾은 시민들도 한 줄 서기 간격을 늘여 최대한 접촉을 줄이려는 모습이었다. 이 때문에 줄이 길어지면서 실제 참여 인원보다 많아 보이기도 했다. 투표사무원이 밖으로 나와 “간격을 넓혀 서 달라”, “앞 사람에 너무 붙어 서 계시면 안 된다” 등을 안내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18세 ‘첫’ 선거 참여… “신기해요”이번 선거에는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에 따라 2002년 4월 16일까지 출생한 만 18세 이상에게 처음으로 선거권이 주어졌다. 만 18세 선거권과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교육부가 사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코로나19로 개학이 연기되면서 영상 교육자료로 대체되기도 했다. 사전교육 미비를 이유로 여러 우려들도 제기됐지만 투표소를 찾은 생애 ‘첫’ 유권자들의 표정은 밝았다.만 18세인 오수연(여)양은 “공약을 살펴보고 고민해 후보를 골랐다”며 “기표소가 상상보다 단순하고 공개적인 모습이라서 신기했다”며 들뜬 표정으로 말했다. 인근 투표소에서 투표하고 왔다는 친구 여수빈(18·여)양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이 됐다. 우선 당을 보고 후보를 선택했다”며 “오늘 당선되는 이가 정치인의 이익이 아닌 나라와 지역을 위해 열심히 활동해주시면 좋겠다”고 투표 소감을 밝혔다.또 “학교에서 투표해본 적은 있지만 나라에서 하는 선거라 진짜 어른이 된 느낌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오전 투표소를 찾은 최고령인 시민도 투표권 행사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였다.지팡이를 짚은 채 선거사무원 부축을 받으며 투표장을 나선 김모(91) 할머니는 “원하는 사람이 있어 투표했다”며 “내가 고른 후보에 만족한다”고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동행한 김씨 할머니의 딸과 사위는 “어머님이 선거 때마다 혼자 투표하셨는데 올해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우리가 투표소까지 함께 왔다”며 “이번이 마지막 선거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비례대표 용지길이 역대 최장 ‘48.1㎝’지난해 말 선거법 개정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됨에 따라 이번 선거에서는 지역구 한 장, 비례대표 한 장 총 두 장의 투표용지를 받는다. 비례대표에는 35개 정당이 참여해 기호3번부터 37번까지 있다. 이에 비례대표 정당투표 사상 역대 최장 용지로, 길이가 48.1㎝에 이른다.투표를 마치고 나온 달서구 상인동 권모(55)씨는 “투표용지가 길어 접으면서 또 한 번 놀랐다. 누구나 정치에 참여하고 또 나설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취지로 생각되지만 한편으로는 정치를 아무나 하나라는 생각마저 든다. 유권자들이 이전보다 훨씬 더 꼼꼼하게 살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한편 이번 선출되는 제21대 국회의원 300명은 오는 5월 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된다. 이 중 253명이 지역구 의원이며 47명이 비례대표로 활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