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에게 잇따라 작심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여권에서는 이 대표의 행태가 금도를 넘었다고 비판하며 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당 지도부는 확전을 우려해 공식 대응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당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과정을 자신에 대한 ‘집단 린치’로 규정하고, 윤 대통령과 당 소속 의원 6명을 ‘윤핵관’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목하며 연일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부 출범 3개월 만에 벌어진 여권의 위기 뒤에 윤핵관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이철규 의원을 ‘윤핵관’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김정재·박수영 의원을 ‘윤핵관 호소인’으로 지칭하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다.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들을 향해 “총선 승리에 일조하기 위해 모두 서울 강북지역 또는 수도권 열세 지역으로 출마하라”며 “윤핵관들이 그런 선택을 할 리가 만무한 이상 저는 그들과 끝까지 싸울 것이고 그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을 향해선 눈물을 흘리며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사적 자리에서 자신에 대해 거친 언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한쪽으로는 나에 대해 ‘이 XX’ ‘저 XX’ 하는 사람을 대통령 만들기 위해 당 대표로서 열심히 뛰었다”고 폭로했다. 이어 현 상황에 대해 “당의 위기가 아니라 대통령 지도력 위기”라고 비판한 뒤 “대통령과 원내대표라는 권력자들 사이에서 씹어 돌림 대상이 됐던 저에게 어떤 해명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적 비극”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두구육’(羊頭狗肉·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 발언은 도마 위에 올랐다. ‘돌이켜보면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팔았고,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라는 이 대표의 발언이 윤 대통령을 겨냥,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어났다.
여권을 향한 이 대표의 작심 비판에 여권 내 여론은 대체적으로 싸늘하다.
일부 친이준석계 의원들은 이 대표를 옹호하고 감쌌지만 친윤계 의원들 포함한 여권 인사들은 발끈했다.
윤핵관인 이철규 의원은 “오로지 남탓과 거짓말만 했다”고 비판했고, 김미애 의원은 “자당 대통령 후보를 개고기에 빗대는 건 결코 해서는 안 될 망언”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와 투톱으로 활동했던 김기현 의원은 “어찌하여 다른 이들의 눈 속에 있는 티끌은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예수님의 말씀도 우리 모두가 깊이 새겨야 할 가르침”이라고 이 대표를 질타했다.
나경원 전 의원도 “이 전 대표는 더이상 청년 정치인이 아니라 노회한 정치꾼의 길을 가고 있음을 확신했다”며 “더이상 눈물팔이로 본인의 정치사법적 위기를 극복하려 하지 말고 여권의 분란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와 친윤계의 갈등은 오는 17일 예정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심사 결과에 따라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법원이 절차적 민주주의와 본질적인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한 결단을 해주실 것이라고 믿고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법원이 이 대표의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경우 비대위 출범에는 급제동이 걸리게 된다. 여권의 정치적 지형이 크게 달라지는 상황에서 비대위 체제를 줄곧 반대해온 이 대표로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법원이 가처분이 기각되면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약화된다.
방송 등을 통한 이 대표의 여론전에도 설득력이 떨어질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