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개최지 유치전이 용광로보다 더 뜨겁다. 경주 27만 시민이 똘똘 뭉쳐 그야말로 목숨 건 유치전을 하고 있다. 전장에 나간 투사들은 `APEC 정상회의 유치 대첩`에 반드시 승리해야 경주가 세계무대로 뻗어 나갈 수 있겠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다. 2025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 선정도시를 놓고 피의 전쟁을 하고 있다. 출사표를 던진 지자체는 △경주 △부산 △인천 △제주이다. 절대 물러설 수 없는 치열한 전투다. `APEC 정상회의 유치 대첩`은 마치 하나가 죽어야 끝나는 `고대 로마 원형경기장의 검투처럼 하나가 살아남아야 하는 처절한 싸움을 하고 있다. 유치전에 뛰어든 지자체 가운데 중소도시는 경주뿐이다. 주낙영 총사령관은 승리의 낭보를 27만 군사들에게 안기고 싶어 한다. 최고의 전사답게 섶을 지고 혈혈단신 사지(死地)로 뛰어들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한다. ▣개최지 선정 정치 잣대 안돼 문제는 정치적 논리다. APEC 개최도시 선정은 4·10 총선 이후에나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주시도 개최도시 선정은 총선 이후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사실상 APEC 정상회의 유치가 정치적으로도 무관하지는 않아 총선 전에 결정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경주시는 2030 엑스포 부산 유치실패가 2025년 APEC 정상회의 개최지 결정에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주시는 2030 엑스포 유치실패로 낙담하고 있는 부산 민심을 달래고 총선에서의 부산·경남 표심을 의식하지 않을 까지 염려하고 있다. 정치 논리가 개입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시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개최지 선정을 요구하고 있다. 2030 엑스포 유치실패에 따른 부산 동정 여론이 변수로 부각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엑스포 유치실패를 무마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APEC 정상회담의 성공도 민심도 놓치기 때문에 정치 논리는 안된다고 목청을 높였다. ▣선정위 언제 꾸려지나(?) 외교부 중심의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도 꾸려지지 않은 것도 문제다. 경주는 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실제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당시 개최도시는 1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오는 4월에는 개최도시가 선정돼야 회의 준비가 가능하다. 2025 APEC 정상회의가 오는 11월 비공식 회의부터 시작된다. 회의를 위한 대규모 회의장은 물론 전시장과 해외 인사들의 숙박시설 등을 마련해야 한다. `2005 부산 APEC 정상회의` 유치 당시 외교부는 회의 시점보다 2년 앞서 APEC 준비위와 선정위를 꾸렸다. 2003년 7월 준비위를, 11월 선정위를 구성, 같은 해 12월 말 도시들의 신청을 받았다. 선정위는 4개월여의 서류 검토 및 현장 실사에서 2004년 4월 APEC 개최도시로 부산을 선정했고, 이듬해인 2005년 11월 제13차 정상회의를 개최했다. 이 같은 계산을 적용하면 이미 지난해 준비위와 선정위가 꾸려져야 했다. 그래야만 유치 출사표를 던진 도시들의 신청을 받아 오는 4월까지 개최도시를 선정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외교부가 개최도시 선정위원회는 고사하고 APEC 정상회의 준비기획단도 꾸리지 않은 상황이라 공모 일정조차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개최일 1년 9개월…. 오리무중 개최일까지 1년 9개월여 남았다.  외교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올해 들어 APEC 정상회의에 대한 언급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개최도시 선정을 위한 절차도 완전히 정지된 상태다.  애초 정부는 외교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형태의 개최도시선정위원회를 지난 1월 중으로 출범시키고 개최도시 공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공모 이후에는 올해 2~3월 중 서면심사를 거쳐 개최 신청도시를 대상으로 현장 실사를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소식도 없다. 4~5월 중에는 선정위원회가 개최도시 대면 심사, 면접 발표 등 절차도 예정돼 있지만 오리무중이다. 개최도시로 선정되면 상당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만약 개최도시 선정 작업이 하반기로 미뤄지면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  APEC 정상회의는 21개 회원국의 정상과 각료 등 6000여 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다. 세계적인 행사를 치를 인적 인프라 등 행사 운영 능력은 물론이고, 국제회의시설, 각국 정상들의 숙박, 공항과 교통, 보안, 미디어 등 준비해야 할 사항이 한둘이 아니다.  ▣부산 민심 달래면 안 돼 자칫 APEC 정상회의 개최 경험이 있는 부산 누리 마루 APEC 하우스로 다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경주시는 세계문화유산이 집적된 도시라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세계 처음으로 APEC 정상회의가 중소도시인 경주에서 개최된다면 한류 열풍에 더해 우리나라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적인 이목을 집중시켜 국격을 더욱 끌어올리는 기회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도권이 아닌 소규모 지방 도시에서 개최되면 APEC이 지향하는 `비전 2040`의 포용적 성장과 함께 정부의 국정 목표인 지방시대 균형발전이란 가치 실현에도 부합된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현재 유치 의사를 피력한 도시 가운데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인 만큼 경주에서 APEC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할 충분한 명분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APEC 유치 경주가 최적 태평양 연안 21개국이 가입하고 있는 APEC은 전 세계 GDP와 교역량의 절반을 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지역협의체다. 전 세계 언론이 집중 조명할 정상회의는 개최국과 개최도시가 세계로 알려질 절호의 기회다. K-팝과 K-드라마의 한류 열풍이 세계를 휩쓸어 한국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APEC 정상회의와 같은 메가 이벤트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에 보여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가치가 있다. 정상회의는 단순히 회의만 하는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  개최국의 국격은 물론 한 나라의 외교·경제‧문화적 영향력을 세계에 선보이는 자리다. APEC의 경우 개최도시의 정체성이 정상회의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낸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 정체성의 힘을 이야기할 때 가장 한국적인 도시 경주를 빼놓을 수 없다.  신라 천 년의 고도로서 찬란한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경주는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로서 그야말로 우리나라의 대표하는 역사문화의 보고이자 가장 한국적인 도시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세계 정상과 배우자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경주는 실크로드의 시작·종착점으로서 고대 국제교류의 상징으로 현재 세계를 휩쓸고 있는 K-컬쳐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드높은 문화의 힘으로 세계와 교류하던 국제도시였던 경주를 이제 다시 세계무대에 선보이는 일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고 유치 당위성을 알렸다. ▣제주 부산 인천 유치 총력 경주, 제주에 이어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인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2022년 12월 범시민유치위원회를 출범시킨 인천시는 이후 100만 서명운동, 재외공관장 간담회, 세계 석학인 비노드 아가왈 미국 UC버클리 석좌교수의 APEC 특강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하고 있다. 제주도는 대규모 회의장과 최고급 호텔이 15분 거리에 집중돼 있고, 제주국제공항 외에 주기장으로 활용 가능한 비행장도 갖추고 있다. 제5차 세계자연보전총회(WCC),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등 다수의 국제회의 및 정상회담 개최 경험도 축적돼 있다.  제주도는 APEC 3대 목표 중 하나인 무역·투자를 위해 아세안 플러스알파 정책을 앞세워 국제 협력에 주력하고 있다.  부산시는 2022년 5월 부산연구원에 `2025 APEC 부산 유치 전략 기본 계획` 용역을 맡겨 같은 해 12월 나온 용역 결과를 갖고 APEC 유치 전략을 만들고 있다.  부산시는 2005 APEC 정상회의와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해본 경험이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회의장으로 기존에 사용했던 해운대구 APEC 누리 마루 하우스를 활용할 수 있어 추가 투자 비용이 다른 경쟁 도시에 비교해 적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다. 2025년 11월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는 한국과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캐나다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21개국 정상과 각료 등 60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김성용 기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